서울숲에 기차를 타고 시간여행을 떠나는 곳이 있다?
뜨거운 여름 날씨를 피해 서울숲으로 오게 되면 뜻밖의 데이트 장소를 발견할 수가 있는데, 바로 서울숲 입구에 있는 서울숲 갤러리아 포레 지하2층 더 페이지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근, 현대 미술 체험전 ‘No more art’가 그곳이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지금은 볼 수 없는 1950년대 열차를 들여놨다. 열차 안에는 LED 모니터를 설치해 당시 신문 기사들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마치 1950년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느낌이다.
열차를 나서면 1950년대 국제시장을 만날 수 있는데, 넉살 좋은 옛날 상회 아주머니가 구수한 사투리로 말을 걸어 온다. 국제시장에 차려진 페이지 양장점에는 배우 김혜수가 유니세프를 통해 지원한 복고 의상이 전시됐다. 이 거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 재미있는 퍼포먼스가 이 전시를 데이트 코스로 각광 받게 만드는 매력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시인 이상(1910~1937)이 운영했던 제비다방이다. 다방 한쪽에서 이상이 시를 쓰면 시의 내용이 실시간 영상으로 벽을 통해 표출된다.
제비다방은 일제시대인 1933년 7월 문을 열었다. 이상의 나이 24세 때 인데 종로1가, 어쩌면 지금의 무과수 제과가 있는 자리쯤 이었을 것도 같다. 그는 이 해에 총독부를 그만두고 배천온천으로 요양을 간다. 그곳에서 늦은 밤의 장구 소리를 따라가 만난 금홍이라는 여자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그는 집을 팔아 다방을 차린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금홍을 기생이나 작부라고 말하지만 안경을 끼고 살이 토실토실한 여자였던 것으로 보아 그런 표현은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전 시대의 기생이라면 요즘처럼 술시중 드는 일보다는 일종의 레크리에이션 지도자 같은 역할을 함께 수행했던 탤런트 같은 직업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 금홍의 역할을 하는 여인이 제비다방 앞에서 관람객들을 불러 모은다.
그 밖에도 이중섭의 1평 남짓한 방, 박수근의 동네 어귀, 구본웅의 우고당 그리고 예술가의 초상, 나혜석의 파리 자아를 찾아, 이인성의 거대한 흰 벽 등 다섯 명의 작가가 실제 살았던 공간을 재구성했다. 관람객은 이중섭의 은지화와 박수근의 초상화 그리기 퍼포먼스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현대미술 공간에는 이미 잘 알고 있는 국내 유명 작가는 물론 국내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었던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새로운 볼거리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하고 있다▲백남준 ‘플럭서스로의 초대’ ▲샘 프란시스 ‘여백과 추상표현주의’ ▲데미안 허스트 ‘새로운 예술 종교’ ▲리처드 페티본 ‘페티본의 위대한 그림 사용법’ ▲쉬빙 ‘과거를 다시 쓰다’ 등 작가별 별도 공간을 마련하였다. 현대 미술을 조금 안다는 사람들조차 접하기 힘들었던 데미안 허스트 그는 "왜 많은 사람이 의문도 갖지 않은 채, 약은 완전히 믿으면서 예술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통해 종교를 믿듯이 과학(약)을 믿듯이 예술을 믿음으로 위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거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캔버스를 바닥에 깔고 중력을 거스르며 작업한 미국 추상주의 화가 샘 프란시스, 알파벳을 중국 한자처럼 써내려 가고 사이버상 아이콘으로 일기를 쓴 쉬빙의 대작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작업이다.
전시 제목 ‘No More Art’는 더 이상 예술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현대미술이 과거의 예술형식이나 가치에 대해 작별했다는 묵직한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형태의 전시회, 그리고 접하기 힘들었던 작가와의 만남은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과거를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앞으로 어린이들이 수없이 보고 느끼고 만날 데미안 허스트 등 세계적인 거장과의 만남, 그것만으로도 어린이들에게는 특별한 여름방학 선물이 될 것이다.
관람기간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아침 10:00~오후 07:00가지이며, 아쉽게도 이번 전시회는 9월28일 종료 된다.
시간여행을 위한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대학생 8000원, 초등학생 이하 7000원이며, 기타 문의는 전화로 가능하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