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SW) 서비스가 민간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심의하고 이에 따른 피해를 사후에 보상하는 ‘공공서비스 민관 심의위원회(가칭)’ 설립을 검토한다. 또 국가정보화시행계획에 정부가 SW를 개발하는 데 따른 사전 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17일 미래부와 SW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 내용을 골자로, 공공기관의 SW 무상배포로 인한 산업계 피해감소 방안 마련을 추진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 따르면 정부가 특정 SW와 시스템을 개발해 관련 기관과 기업에 무상으로 공유·배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SW 개발·배포에 이어 공공기관의 SW서비스 확대로 인한 피해도 우려된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안전행정부의 ‘온나라시스템’ 무료 배포로 인해 당시 176개 기관에 관련시스템 보급했던 중소 SW기업 H사가 상장 폐지되는 등 공공기관의 직접 서비스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다.
SW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가 국립대학교를 대상으로 한 자원관리구축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그룹웨어 업계가 시장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연구소는 미래부와 공동으로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서비스 민관 심의위원회(가칭)’ 설치를 추진키로 했다. 민관 심의위원회를 ‘정보통신전략위원회’ 산하 분과위원회로 두는 것이다. 연구소와 미래부는 내년 3월까지 위원회 설치를 위한 정책연구를 진행키로 했다.
연구소 측은 “공공기관이 제공하려는 SW와 서비스가 민간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사전 심의하고 민간 피해를 사후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국가정보화시행계획에 정부의 SW개발·배포가 시장에 주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해보는 ‘SW영향평가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의 SW 개발·배포사업이 시장에 악영향을 주는지 미리 점검한다는 취지다.
SW업체 관계자는 “두 제도 모두 정부의 향후 배포계획에 대해서는 검토가 가능하지만 당장 진행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점검할 수 있는 도구가 없다”며 “공공기관의 민간사업 영역 진출을 검토·심의하는 기관을 지정하는 등 안전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무상배포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중복 투자 방지, 예산 절감, SW 구입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서다. 하지만 자체 투자로 유사 SW를 이미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운영하던 기업들의 판로가 막는 등 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문제점을 야기한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또 사용자 요구사항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과 빠른 업그레이드, 유지관리가 필수적인데 공공기관은 강한 사업 동기가 없어 즉각 대응과 빠른 업그레이드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 SW 무상배포 사례 / 자료:SW정책연구소>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