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이동통신 3사가 매출채권 1531억원에 대한 상환을 2년간 유예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당장 도산 위기를 면한 팬택이 이번에는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팬택 협력업체 역시 500여억원에 달하는 부품 대금을 받지 못해 동반 고사 우려에 빠졌다.
29일 팬택 및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통 3사는 이달 초부터 팬택 단말기를 공급 받지 않고 있다.
팬택은 채권 상환유예를 받은 뒤 지난 28일 이통사에 단말기 13만대 물량을 추가 구매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기사회생 발판은 마련했지만 막상 현금유입을 위한 제품 판매길이 막힌 것이다.
이 때문에 팬택 협력사 역시 부품 공급 대금을 전혀 결제 받지 못하고 있다. 팬택 협력업체 관계자는 “받아야 하는 부품 납품 대금이 10억원이 넘는데 받지 못해 2차 협력업체에도 결제를 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통사는 쌓여 있는 재고를 처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더 이상 부담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3사가 보유한 재고 물량은 약 3500억원가량이다. 이번달 단말기 구매를 멈춘 다음부터는 재고 떨이에 집중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한달간 약 700억원 규모 물량을 줄여 2000억원 수준의 재고량을 갖고 있다. KT·LG유플러스는 각각 1000억원, 500억~600억원가량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 관계자는 “재고를 정리하면서 어느정도 손해를 감수했는데 추가 구매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단말기 유통구조상 이통사가 구매를 하지 않으면 판로는 거의 막힌 것이나 다름 없다. 별도 유통망에서 자급제로 판매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이통사 보조금이 제외돼 구입가가 높아진다. 그렇다고 보조금만큼을 제외하고 별도 판매를 하기도 힘들다. 이통사가 유통망을 장악한 현실에서 이통사 공급 제품과 출고가를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팬택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지속하기로 한 만큼 회생 방안을 좀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