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 뒷이야기]회사 일은 잠시 잊고 여름 휴가를

○…오죽하면 돈 떼여도 속은 편할까.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의 중국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들 예상하겠지만 중국 쪽 결제 조건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요.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동반성장이다 뭐다 해서 결제만큼은 확실합니다. 그것도 주문서를 보냄과 동시에 30% 정도의 선수금까지 주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중국은 그 정도의 선수금은 엄두도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장비를 선적하고 가동한 후까지도 10~20% 잔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비즈니스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일까요. 국내에서는 장비 한대를 만들어도 사사건건 간섭하고 혹시 기술 빼돌리지 않나 의심을 받으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습니다. 경영 평가도 받아야 하죠. 가격은 또 왜 그렇게 후려치는지.... 국내에서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으면 중국이 낫다는 말까지 나올까 싶습니다. 하지만 중국도 언제 장비를 국산화할지 모릅니다. 중국의 태도 또한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는 뜻이지요. 중국 의존도가 높아 나타날 문제도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기대 이상의 성공 거둔 G3, 경영진들은 전전긍긍.

LG전자 전략 스마트폰 G3가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면서 LG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LG전자뿐 아니라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소재부품 계열사들이 대표적이죠. 상반기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전에 성공한 데다 하반기에는 애플 아이폰6까지 출시하면서 LG그룹 내 소재부품 업체들은 기대감에 들 뜬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LG이노텍 주가는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운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경영진들의 속내는 마냥 편치만은 않다고 합니다. 시장 기대가 워낙 크다 보니 실적이 잘 나오면 본전, 조금 안 좋으면 실망감이 커지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은 마치 1~2년 전 삼성 그룹 전자 계열사들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참 격세지감이네요.

○…터가 셀까? 기업의 기가 셀까?

글로벌 반도체 업체 A사의 한국 지사 직원들은 비 오는 게 두렵습니다. 창문 틈 사이로 새는 비를 닦느라 손에 물 마를 새가 없어서라는 군요. 실적도 좋은데 비 새는 건물 살이라니. 사실 A 지사도 처음 이 곳으로 이사할 땐 유수의 외국계 업체도 줄이어 입주했겠다, 지은 지 3년밖에 안 된 건물인데 저렴하길래 옳다구나 하고 들어왔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비도 샐 뿐더러 들어서는 기업마다 망하는 바람에 건물 앞에 위지령비까지 있지 뭡니까. 서울 시내 한복판인 강남구에 있지만 교통도 별로라 ‘강남의 오지’라고도 불린다네요. A사는 저렴한 임대료를 포기하고 과연 이사를 가게 될까요. 과연 이 건물 터가 셀지, 아니면 기업의 기가 셀지 궁금해 지는군요.

○…회사 일은 잠시 잊고 여름 휴가를

경기도 좋지 않고, 날씨도 나쁘지만 올 여름 휴가철도 곧 시작됩니다. 소재부품 업계 사람들도 저마다 다양한 휴가 계획을 세우며 여름나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반도체 업체 B 지사장은 다음주 휴가를 내고, 평소 다니던 교회에서 운영하는 하계 캠프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항상 바쁘게 돌아가던 비즈니스 세계에서 한발 벗어나 숨도 돌리고, 봉사활동도 할 계획이죠. 소재부품 유관 기관의 임원 C씨는 금주에 휴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군에 간 아들을 면회하러 가는 김에 시간을 내 부인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안타깝게도 휴가 계획을 짜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중소 반도체업체의 임원 D는 “요 몇년 간 여름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래저래 힘든 여름이지만 하루라도 짬을 내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매주 금요일, ‘소재부품가 뒷이야기’를 통해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