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자동차를 상상해 보자. 복잡한 시내에서 주차 공간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지 않아도 된다. 목적지만 입력하고 나서는 여유롭게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신문을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잠을 청해도 무방하다. 미래 무인자동차시대의 우리 생활상이다.
무인자동차는 운전자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주행환경을 인식해 목표지점까지 운행하는 이른바 자율주행 자동차다. 최근 무인자동차는 로봇 및 컴퓨터공학, GPS, 정밀센서, 전자제어 등 첨단기술 발전에 힘입어 실용화에 성큼 다가섰다. 머지않아 본격적인 무인자동차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리서치는 2020년 즈음이면 완전 자동주행기능을 갖춘 자동차가 시판되며, 시장점유율은 2020년 4%에서 2035년 75%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만간 도로를 달리는 무인자동차에 의해 우리 삶은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창조경제를 지향하는 현시점에서 신기술 개발 및 신산업 창출에 의한 삶의 변화는 가장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무인자동차 기술이 거대한 규모의 자동차 산업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관련 제도 정비 노력도 동시에 요구된다. 기술 개발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은 이미 무인자동차 운행허가와 같은 법률체계 마련에 들어가는 등 다가올 미래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구글의 무인자동차 등 일부 시험용 차량이 개발된 이후 미국 네바다, 플로리다, 하와이,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와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일정한 통제 아래 공공도로에서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자율주행 기능 테스트용 면허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창조경제가 가능하려면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는 규제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 단일 기술, 단일 산업이 주류를 이루던 산업화 시대에는 유효했지만 무인자동차 사례처럼 기술과 산업이 융합해 신산업이 창출되는 창조경제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규제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창조경제 시대에 걸맞은 규제개혁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첫째, 이미 유효하지 않은 산업정책적 목적을 앞세워 규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소관부처의 저항이 규제개혁의 중요한 장애가 아닌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인자동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실제 도로와 유사한 환경에서 안정성 검증이 중요하다.
현재 미래부를 중심으로 관련법을 개정해 안전성 기준을 갖춘 무인자동차의 일반도로 시험운행을 허용하는 근거조항을 신설하고, 무인자동차용 무선주파수 대역을 개선하는 등 신산업·신시장 창출을 저해하는 규제개선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신산업 창출을 저해하는 규제 개선이 소기의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일관된 원칙에 따라 범부처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 규제개혁은 단일 기술, 단일 산업을 전제로 만들어진 칸막이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다분야에 걸쳐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자율성, 다양성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한데, 현존하는 진입규제는 개발연대 이래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설정된 것이다. 진입규제 개혁에 앞서 현존하는 진입규제가 창조경제 시대의 기조에 맞는 시의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규제 목적이나 논거를 여전히 확보하고 있는지를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셋째, 각종 규제를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과감하게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창의성과 융합이 핵심이 되는 창조경제 시대에는 포지티브 시스템은 오히려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서의 규제개혁은 모든 부처가 함께 거들어야 할 과제이지 단일 부처 차원에서 끌고 갈 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정동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규제개혁센터장 ttjung@k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