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소재 만든다…정부, 내년 신소재 개발 프로젝트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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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고자 세상에 없는 신소재 개발에 나선다.

향후 10년간 3000억원을 투입해 기존 추격형이 아닌 선도형으로 새로운 소재를 개발, 원천 특허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9일 관련 업계와 기관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 ‘창의소재 디스커버리 사업’이 최근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 내년 시작된다. 오는 2024년까지 정부 예산만 약 306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옛 과학기술부를 포함해 미래부가 대규모 소재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것은 역대 처음이다. 상용화 중심의 산업통상자원부 소재 R&D 사업과 기초연구 사이의 간극을 메우며 국내 소재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창의소재 디스커버리 사업은 현재 시장에서 주력인 유망 소재를 추격형으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세계 유일의 독창적 소재 개발을 목적으로 추진된다.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물성과 기능을 구현하는 소재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미래부와 사업관리기관 한국연구재단은 내년 사전 기획 과정에서 시장 가치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세부 사업을 발굴하고 순차적으로 총 28개 연구단을 꾸려 신소재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중점 추진 영역은 △극한물성 구조 환경 소재 △양자 알케미 조성 제어 소재 △스케일링 한계 극복 정보통신기술(ICT) 소재 △인간 오감 증강 소재 네 분야다.

이를 바탕으로 강소형 소재 기업과 박사급 핵심 인력을 배출하고 우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소재 강국 도약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창의소재 디스커버리사업은 국내 소재 R&D 패러다임이 바뀌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간 국내 소재 R&D는 기존 선진 제품의 단순 개량과 성능 개선을 이용한 실용화 연구가 주를 이뤘다. 선진국이 독점한 소재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에 힘입어 국산화와 수입 대체 효과 등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추격형이라는 한계가 존재했다.

창의소재 사업은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부품과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 성공 시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소재를 확보할 수 있다.

개발 방법론도 종전과 다른 방식을 도입한다. 실험 중심의 R&D에 비해 개발 주기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전산재료과학, 조합실험법, 재료정보학, 다중 분석기법 등을 이용한다.

R&D 성과물이 실제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별도로 ‘지식재산권 위원회’를 만들어 지식재산(IP)을 확보하고 향후 범정부 미래성장동력 프로젝트와 연계해 후속 상용화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김선재 한국연구재단 나노소재기술단장은 “그동안 우리 소재 산업은 일본을 따라잡는 데 급급하다 보니 원천 특허 경쟁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었다”며 “세상에 없는 소재로 새로운 응용 분야를 개척해 제조업 경쟁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사실상 백지 상태에서 기획, 개발, 상용화로 이어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인 만큼 사업 착수 이후 체계적 관리와 지원도 요구된다. 그간 우리 정부의 중장기 대형 R&D 사업은 초기에는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성대하게 출발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예산이 줄어들거나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소재 산업 특성상 R&D에만 10년 넘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관건이다.

R&D 사업화 경험이 많은 산업부를 비롯한 부처 간 공조도 필요하다. 산업부는 지난해 20대 핵심 소재부품개발사업을 마친 데 이어 지난 2010년부터 오는 2019년 완료 예정으로 세계일류소재(WPM) 사업을 진행 중이다. 소재 개발과 사업화 과정에서 상호 협력, 시너지를 높여야 진정한 소재 강국 진입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