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4회

Photo Image

1. 이상한 검


4

“난 왜국에 볼모로 있으면서 신라가 절대 소국이 아니라는 것을 깊이 배웠다. 나의 조상 투후 김일제는 본래 흉노의 왕이셨다. 흉노는 대(大)중원의 역사를 줄기차게 흔들었던 족속이다.”

미사흔은 검의 날을 세웠다. 그의 눈빛이 검의 날보다 날카로웠다. 순간 에첼이 자신의 옆구리에 있던 단도를 빼어 문을 향해 날렸다. 숨어있던 그림자가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문짝은 피가 스며드는 풍경이 되었다. 미사흔은 당황하지 않았다.

“벌써 위험은 문 앞까지 당도했다.”

“서역의 왕자가 이 검을 미사흔 왕자님께 보냈다는 소문이 궁중에 파다합니다. 왕 눌지도 왕자 복호도 그저 보고만 있지 않을게 분명합니다.”

“형님은 나를 매우 아끼시지만 자신의 권력에 도전한다고 생각하면 나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온화한 성품을 지니셨지만 마립간 실성도 결국 죽이셨다. 또한 복호는 나와 다르다.”

그때 미사흔의 부인, 아영이 나타났다. 그녀는 미사흔의 목숨을 구해준 박제상의 딸이었다. 아영부인은 정갈한 옷차림이었고 낯빛이 맑았다. 아영부인은 에첼에게 잠시 눈길을 주었다가 곧 거두어들였다.

“괜찮으신지요?”

“어쩐 일이시오?”

미사흔은 두 여인 사이에서 심기가 조금 불편했다.

“당신께서 이상한 검을 받으신 후 식음을 전폐하시고 이곳에만 계신데 아내된 제가 어찌 편하겠습니까?”

아영부인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멀리 서역의 형제, 아틸라에게 이 검을 받았소, 난 이 검을 따라갈 것입니다”

순간 아영부인의 눈속에 슬쩍 이별의 아픔이 흘렀다. 그러나 그녀는 아픔을 기꺼이 가두었다.

“혼자 가시면 안됩니다.”

“제가 함께 갑니다. 부인.”

에첼이 당돌하게 말했다. 아영부인은 에첼의 말은 무시했다.

“선도(仙道)의 젊은이들 중 투후 김일제를 조상으로 모시는 진중한 의식을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박씨 석씨 성을 가진 아이들과 싸움을 하다 지금 옥에 갇혀있다 합니다. 그 선도아이들을 데려가시지요. 그들이 당신이 세울 제국의 동량이 될 듯 합니다.”

미사흔의 얼굴은 빛나는 햇살이 되었다. 미사흔은 아영부인의 손을 덥썩 잡았다.

“오, 선도의 아이들이라면 이 나라의 재량들인데, 그 아이들은 새로운 역사를 쓸 아이들이 맞소. 내가 친히 그 아이들을 데려가리다.”

아영부인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비밀리에 하셔야 합니다. 형제 복호는 왕 눌지에 붙어서 아부를 일삼으며 먹고살고 있습니다. 그는 이것을 빌미로 더 많은 권력을 손에 쥐려할테니까요. 여기에 희생되면 당신과 먼 곳의 당신의 형제가 건설할 대제국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버립니다. 제 아버님이 당신을 살리고 죽으신 이유가 반드시 있을거라 믿었습니다. 제발 큰 세상을 이루소서.”

미사흔은 울컥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하지만 뱀처럼 움직이소서.”

아영부인은 나가다 에첼 앞에 멈추었다.

“너는 왕자 미사흔의 아들을 많이 낳아라. 그 아들들이 아버지의 꿈을 도울 수 있도록 말이다.”

아영부인은 안간힘으로 나갔다.

에첼은 미사흔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았다. 잠시 후, 미사흔은 에첼에게 들으란 듯이 말했다.

“이 검을 숨겨야겠다.”

에첼이 다가오더니 미사흔을 와락 껴안았다. 에첼의 젊은 몸땡이가 미사흔을 혼미하게 했다. 미사흔은 에첼의 빛깔이 다른 눈동자를 제대로 보았다.

“내 아들을 낳으라, 내가 그곳에 도착할 때 쯤이면, 난 이미 김일제의 완전한 후손이 되어 있을 것이다.”

에첼이 스스로 윗옷을 벗어서 던졌다.

글 소설가 하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