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빠진 동부제철의 구조조정 방향을 놓고 동부그룹이 딜레마에 빠져다.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냐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냐를 두고 기로에 놓였다.
채권단은 캐스팅보트를 쥔 신용보증기금(신보)과 29일 최종 협상을 벌인 뒤 다음날 오전 열리는 채권단 회의에서 구조조정의 향방을 결정지을 방침이다.
동부제철 채권단 관계자는 29일 “오늘까지 신보와 협상을 진행해 구조조정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채권단은 동부제철이 인천공장 및 동부당진발전의 패키지 매각 무산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자율협약을 맺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짐ㄴ 신보가 동부제철 회사채의 신속인수제 지원에 난색을 보이면서 자율협약 추진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란 신보와 산업은행, 금융투자업계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회사채 차환 발행을 지원하는 제도다. 신보는 신속인수제 지원 대상 채권의 60%를 인수한다.
동부제철은 내달 7일 만기도래 회사채 700억원 중 산업은행 인수 분을 제외한 500억원에 대한 신속인수제 지원을 차환발행심사위원회(차심위)에 신청한 상태다.
채권단의 자율협약 합의도 차심위의 차환발행 승인을 전제로 한 것이다.
류희경 산은 수석부행장은 지난 24일 자율협약 합의를 발표하면서 “신보도 같은 금융기관으로서 적극 협조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보의 지원을 낙관했다.
신보가 차환 발행을 거부할 경우 회사채 만기도래분만큼 채권단의 신규 지원 부담이 늘게 된다. 채권단의 100% 동의를 전제로 하는 자율협약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신보는 동부그룹 구조조정안의 핵심이었던 인천공장 패키지 매각이 무산되고 자율협약 체결까지 합의한 만큼 재무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충분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차환 지원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동부제철이 워크아웃보다는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동부제철 자율협약 여부와 별개로 동부 김준기 회장 일가의 추가 담보 제공이 있어야만 자금지원을 할 수 있다며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7월에 동부그룹 주요계열사의 회사채 만기도래분이 22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채무불이행 압박에 몰린 김 회장 측이 두 손을 들고 채권단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