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개방형 혁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높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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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 및 제품의 수명주기는 짧아지는 반면에 기술의 복잡성은 심화되면서 다양한 기술의 융합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기업들이 모든 연구개발(R&D)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은 한계에 다다른 지 오래다. 제품·서비스 개발을 외부의 다양한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형성에 진행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헨리 체스브로 교수는 이를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라 명명했다.

개방형 혁신의 핵심에는 연구개발 아웃소싱 활성화와 협력이 있다. 핵심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기술 및 시장의 불확실성 위험 관리도 할 수 있는 전략이다. 연구개발 아웃소싱은 과거 비용절감에만 초점을 맞추던 것에서 벗어나, 미래에 요구되는 신기술 개척을 위해 전문가에게 위탁하는 혁신적 방식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혁신적 아웃소싱이 단기간에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한다.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산업구조의 수직계열화 때문이 아닐까.

지난 30~40년간 정부의 정책적 지원 속에 대기업 위주의 고속성장과 기술혁신이 이뤄졌다. 자연스럽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는 수직적으로 형성되면서 결국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기술적, 사업적 자생력이 취약해지고 핵심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한국 중소기업들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가치사슬 체계에 참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기술·제조·영업·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걸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정부도 기술 경쟁력과 수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을 선발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기 시작했지만, 현재 추진 중인 관 주도의 육성사업에 선발돼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업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또 지원 영역 또한 자금지원, 해외 네트워킹 등 일부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진출한 해외 강소기업들은 한국 고객을 대상으로 다른 해외 경쟁업체 및 한국 내 중소기업들과 차별화와 가격 경쟁 속에서 국내 시장 점유를 위한 대립적인 경쟁에 집중해 왔다. 만일 양측 기업들이 앞으로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보다 장기적인 사업 안정화 및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전략적 파트너십 의지를 가진다면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제휴 및 협력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한국 중소기업과 해외 강소기업 간에는 기술적·영업적·관리적 역량에서 강점과 약점이 공존하기 때문에 서로 인정하고 보완한다면 커다란 시너지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중소기업으로서는 해외 강소기업이 보유한 선도적 기술 및 사업 역량의 도움을 받을 뿐만 아니라 해외 강소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가치사슬 체계에 편입될 기회를 갖게 된다. 또 해외 강소기업들은 한국 중소기업의 생산기술 및 원가 경쟁력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 중소기업과 해외 강소기업 경영자들이 대립적 시각에서 벗어나 대승적 차원의 협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으로 이런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대화를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양측 기업의 협력을 촉진하고 단절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

김진형 이타스코리아 사장, jinkim.solom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