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구글이나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 등이 구입해 잘 알려진 D-웨이브2(D-Wave 2)는 지난 2011년 5월 선보인 세계 최초의 상용 양자컴퓨터로 유명하다. 이 제품의 판매 가격은 1,500만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실험 결과 이 값비싼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 성능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사실 D-웨이브가 양자컴퓨터인지에 대해서는 출시 당시부터 찬반양론이 갈렸다. 하지만 양자컴퓨팅을 연구하고 있던 구글과 나사가 공동 설립한 양자인공지능연구소(QuAIL)가 D-웨이브2 구입을 발표하면서 양자컴퓨터가 맞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늘었다.
이런 양자컴퓨터 진위 논란을 빚은 이유는 구현 방식 때문이다. D-웨이브는 양자 게이트(quantum gates)를 이용한 양자컴퓨터와 달리 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이라는 방식으로 개발했다. 조립 최적화라는 한정된 명제를 풀기 위한 알고리즘을 갖춰 다양한 응용 범위를 수행하는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 이 때문에 양자컴퓨터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있다.
하지만 어쨌든 노이만형 컴퓨터와 달리 D-웨이브2가 특정 계산을 수행해도 계산속도 면에서 기존 컴퓨터를 압도하는 성능을 실현했다면 양자컴퓨터 여부를 떠나 새로운 획기적인 기술로 인정받기에는 충분하다.
그런데 스위스취리히공과대학에서 이론 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마티어스 트로이어(Matthias Troyer) 교수 연구팀이 올해 6월 18일 과학잡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D-웨이브2의 연산 능력은 기존 컴퓨터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트로이어 교수는 지난해 4월 D-웨이브 1세대가 과연 양자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찰하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실험에선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에서 클러스트 컴퓨터를 제공받아 503양자비트를 이용해 임의의 최적화 문제를 1,000번 처리한 계산시간을 D-웨이브2와 비교했다.
그 결과 D-웨이브2는 클러스터 컴퓨터보다 속도 등 성능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양자 속도라는 양자컴퓨터 특유의 가속 징후나 증거로 발견되지 않았다고. 트로이어 박사는 양자 속도가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단언하는 건 어렵지만 기존 컴퓨터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평했다.
다만 D-웨이브2가 양저 어닐링을 이용한 것이어서 일반 양자컴퓨터와 다른 기술이라는 점에서 관련 연구나 연산 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일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견해도 여전하다. D-웨이브 측 역시 D-웨이브 시스템 개발은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 몇 년 안에 기존 컴퓨터를 압도하는 성능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 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