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프리킥이 그림 같은 궤적을 그리는 이유

[테크홀릭] 월드컵 시즌이다. 축구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건 당연히 골. 골 장면을 보면 멋진 궤적을 그리는 그림 같은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데이비드 베컴(David Beckham)이나 호베르투 카를루스(Roberto Carlos) 같은 선수가 찼던 프리킥이 그린 환상적인 궤적은 공이 회전하면서 기체 속을 지나갈 때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휘어지면서 나가는 일명 매그너스 효과(Magnus effect)에 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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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콤솔(Comsol)에서 근무 중인 에드 폰테스(Ed Fontes)가 이런 매그너스 효과와 2014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Brazuca)의 관계를 수치유체역학(CFD)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를 공개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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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에서 사용되는 공인구인 브라주카는 아디다스가 만든 것이다. 일반 축구공은 육각형과 오각형 조각을 접합한 형태지만 브라주카는 폴리우레탄 조각 6개를 붙여서 만들었다.

폰테스가 공기역학과 볼 회전이 공의 궤적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한 내용에 따르면 공의 회전은 주위의 흐름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볼의 궤도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준다. 공의 회전이 적거나 무회전으로 날아간다면 카르만의 소용돌이(K?rm?n’s vortex street)이 뒤에서 발생한다. 카르만의 소용돌이란 “점성 유체 속에 놓인 물체의 하류 쪽에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소용돌이”를 말한다.

공 뒤쪽에 카르만의 소용돌이가 발생하면 비치볼을 걷어낼 때 예측 불가능한 궤도나 야구에서 투수가 던지는 너클볼처럼 공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실제로 축구선수가 무회전 공을 차면 볼의 궤적은 본인도 모르는 공이 되어버린다.

공의 회전 속도가 어느 정도 증가하면 공 뒤에 있는 카르만의 소용돌이 효과는 줄어든다. 볼의 진행 방향과 완전히 균형을 맞추게 되는 것. 그래서 일정 속도 이상 회전을 하는 볼의 탄도를 예측하는 건 매우 쉽다고 한다.

공의 회전 속도와 기류는 서로 반발한다. 공의 속도와 대기압도 공의 궤도에 크게 관련이 있다. 공의 속도는 떨어지고 회전속도는 상대적으로 빨라진다면 공을 가로 방향으로 당기는 매그너스 효과가 강하게 작용한다. 볼의 궤도가 크게 구부러지게 되는 것.

이런 장면을 위에서 보면 공의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매그너스 효과가 작용하고 볼이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면 공의 진행 방향을 향해 90도,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면 왼쪽으로 90도 방향으로 힘이 가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데이비드 베컴이 찬 프리킥을 보면 강한 회전과 매그너스 효과가 작용하면 공이 어떤 궤적을 그리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축구공의 궤도를 시뮬레이션할 때에는 공이 어떤 구조를 취하고 있는지 여부와 공의 뒤쪽에 있는 난기류도 따져봐야 할 중요한 요소다. 보통 분리점(Separation Point), 그러니까 공을 지나가면서 바람이 난류로 떨어져 나가는 지점, 쉽게 말하자면 물체에 바람이 부딪히면서 상하로 분리되기 시작하는 지점 뒤쪽에서 큰 난기류가 발생하고 공의 속도는 단번에 떨어진다. 하지만 공에서 기류가 떠나는 분리점이 뒤쪽에 생기면 난기류는 작아지고 공도 속도를 유지하기 쉬워진다.

공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공 주위 기류는 층류(유체의 규칙적인 흐름을 말한다. 흐트러지지 않고 일정하게 흐르는 것)에서 난류로 변화한다. 반대로 공의 속도가 떨어지면 공 주위 기류는 난류에서 층류가 된다.

하지만 2010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가 나온 이후 공 디자인과 공의 궤적에 대한 연구는 더 복잡해졌다. 일반 축구공은 검은 칠을 한 오각형 조각 12개에 흰색 육각형 조각 20개 등 모두 32개로 이뤄져 있었다. 하지만 자블라니는 특수 모양을 한 조각 8장을 붙여서 만들었다. 지금까지 나온 축구공보다 실밥이 적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나온 축구공과 달리 공기 역학 특성을 갖게 되어 자블라니는 다른 공과는 다른 궤도를 그리게 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평소보다 긴 킥과 중거리 슛은 물론 공의 변화도 커진 것이다.

2014년 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는 자블라니보다 더 적은 매수로 공을 구성했다. 하지만 봉제선 길이는 기존 32개를 붙인 축구공과 같다. 이런 이유로 브라주카는 공기저항계수(Drag Coefficient) 자체가 기존 공과 비슷한 값을 보여준다. 자블라니와는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는 것.

공을 아웃사이드로 차면 공은 가속력을 얻고 공 주위에는 난기류가 발생한다. 공의 속도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공의 회전속도는 높아지므로 매그너스 효과가 더 힘을 발휘하게 된다. 마음껏 찬 공은 처음에는 똑바로 날아오지만 속도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갑자기 훨씬 구부러지게 된다. 이런 난기류와 매그너스 효과의 절묘한 콤비네이션을 볼 수 있는 장면은 1997년 열린 브라질과 프랑스의 시합에서 호베르투 카를루스(Roberto Carlos)가 찬 프리킥이다. 관련 내용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상우 기자 techhol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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