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콘텐츠산업 희망이다]<2>창작자와 구매자 미스매치 출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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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온달’이 늠름한 장군으로 거듭난 건 ‘평강공주’ 덕택이다. 좋은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작가 조앤 롤링도 그랬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세계적 성공 사례지만 출발은 초라했다. 중고 타자기로 최종 원고를 타이핑한 조앤 롤링은 원고를 복사할 돈이 없어 한 번 더 타이핑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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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혼녀로 딸과 함께 지내던 1993년 12월 사회보장국으로부터 주당 140달러가 안 되는 정부보조금을 받았다. 해리포터 원고는 영국의 12개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끝에 블룸스베리 출판사가 출간했다. 책이 출간된 직후 런던의 한 서점에서 롤링이 직접 참여한 낭독회에는 두 명의 독자만이 참여했다.

운명을 바꾼 건 미국인 아서 레빈이다. 1997년 블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출간할 원고를 찾던 미국 스콜라스 출판사 편집이사 레빈은 이 책을 발견했다. 블룸스베리는 첫 권 발매 불과 3일 후에 미국 내 판권을 입찰했고 레빈은 10만5000달러에 판권을 확보했다. 이후 5만부를 발행해 마법의 책으로 거듭났다.

블로냐 전시회가 없었다면 그리고 레빈을 만나지 못했다면 조앤 롤링은 여전히 국가가 주는 수입보조금에 의존할지도 모른다. 좋은 작품도 좋은 판매자를 만나지 못하면 소리 없이 사라진다. 이야기의 산업화는 시스템을 통해 우연을 줄여 필연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은 모은다.

우리나라에도 신진 작가 양성을 위한 공공과 민간분야 시스템이 있다. 바로 공모전이다. 하지만 문은 좁다. 한 공모전 작가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돼서 기쁘다”면서도 “우수한 작품들이 공모전을 뚫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모전이란 바늘구멍을 통과했다고 성공의 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한 드라마작가는 공모전을 통과했지만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라면서 이전까지 작업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나 영화제작사도 이야기에 목말라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야기 판매구조가 대부분 친분관계로 이뤄지다보니 수요자와 공급자 간 합리적 연결이 부족하다. 이야기 창작자와 구매자가 이구동성으로 상생을 요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한 영화감독은 “좋은 영화나 드라마가 제작되려면 탄탄한 이야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좋은 작품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에서 상연되는 많은 영화와 뮤지컬이 대중성과 상연가능성이 검증된 작품만 ?다보니 창작품과 신작에는 손을 내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작자나 투자사가 흥행을 보장되지 않는 콘텐츠에 모험을 감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콘텐츠와 이야기가 어긋나는 현상에 대해 새로운 플랫폼의 도입을 주장했다. 김희재 올댓스토리 대표는 “좋은 이야기를 모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이를 콘텐츠 제작자에게 공개한다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번역작업이 가미되면 해외 진출을 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미디어 플랫폼의 활용도 이야기 창작자와 구매자 간 미스매치를 좁히는 방법으로 제시했다. 김형석 북팔 대표는 “다양해진 민간분야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하면 좋은 작품을 가려내는 데 좋은 수단이 된다”며 기존 민간 플랫폼의 활성화를 주장했다.

선진화된 시스템의 도입도 제기됐다. 박기수 한양대 교수는 “이야기 관련법과 데이터베이스 논의는 10년 전에 이미 추진했다가 흐지부지 됐다”며 “탄탄한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