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개표가 진행되면서 당락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개표 초반 새누리당은 대구·울산·경북·경남·제주 등 5곳,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전북·전남 등 3곳에서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서울·충남에서 우세를 보였으나 나머지 7개 지역은 박빙 승부가 계속됐다. 1·2위 후보가 엎치락 뒤치락하며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뤄졌다.
새누리당은 출구조사 결과 서울은 큰 격차로 패배하고, 인천·경기는 초박빙인 것으로 나타나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여의도 당사 2층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는 오후 6시 선거 종료 20여분 전부터 이완구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 윤상현 사무총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원유철 비대위원 등 주요 당직자 20여명이 속속 모여들어 긴장 속에서 출구 조사 결과를 기다렸다. 개표가 시작된 후에도 새누리당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초조하게 상황을 지켜봤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내내 열세였던 서울에서 패배가 유력해지자 아무 말 없이 TV 화면만 묵묵히 시청했다. 충남 등지에서 예상대로 열세로 몰리자 이런 분위기는 계속됐다. 하지만 경기도와 부산에서 앞서기 시작하자 조금씩 분위기가 변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 공동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국민께 말씀드렸지만 워낙 충격이 커서 국민이 마음을 모두 열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결과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적폐를 고치는 데 집권 여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4일 6·4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서울을 포함해 쉽게 우열을 가늠할 수 없었던 광주, 세종 등 지역에서 승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자 안도감을 나타내면서 나머지 경합지역의 승리도 기대하며 들뜬 분위기를 보였다.
세월호 참사를 의식해 밝은 표정을 짓는 사람은 없었지만 영남을 제외한 경합지역에서 선전하면 과반 승리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며 전체 선거 승리를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특히 열세로 판단했던 대전에서 점차 우위를 점하며 고무된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경기에서 열세를 보이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한때 70%에 육박했다 50% 아래로 떨어진 박 대통령 지지율이 어떤 추이를 보일지 주목된다. 여당이 안정적인 결과를 확보한다면 박 대통령은 저력을 인정받으며 지지율은 종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교육감 선거 출구조사 결과 17개 시·도 가운데 3분의 2에 달하는 11개 지역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후보가 1위인 지역은 4곳에 불과했고 2곳은 경합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들이 모두 당선된다면 2010년 이른바 ‘1기 진보 교육감’ 6명이 탄생한 지 4년 만에 2배가량 불어나는 것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