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HP 전자제품에 북한 광물 사용

IBM, 휴렛팩커드(HP)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 제품에 북한의 광물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기업들은 북한에서 채굴된 광물이 자사 제품에 쓰이는 것도 모른 채 사용했다.

미국 정부는 이들 기업 제품에 쓰이는 광물 원산지를 밝혀야 하는 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에 전자제품의 부품 체인망이 좀 더 투명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블룸버그는 IBM, HP 등 수십 개의 미국 기업이 북한 광물을 제품에 이용했다고 4일 보도했다.

조사결과 전자제품 기업인 IBM, HP 외에도 트랙터 생산업체 디어앤코, 의류 생산업체 카벨라, 주방용품업체 윌리엄스 소노마, GPS 생산업체 가민 등이 북한 광물을 제품에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가 기업들이 전쟁으로 파괴된 아프리카 국가 등 분쟁국가에서 광산 채굴로 생산한 금·구리 등을 이용할 경우 이를 공개하도록 한 새로운 규정을 만들자 글로벌 기업들이 북한의 광물을 이용한 사실이 새롭게 공개된 것이다. 이제 미국 기업들은 제품에 쓰인 광물의 원산지를 알아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IBM과 HP는 북한에서 나온 광물이 자사 제품에 사용되는 것을 초기에는 몰랐다. HP관계자는 “HP는 지난 1월 북한 광물이 우리 제품에 사용된다고 들은 뒤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더글라스 셀튼 IBM 대변인은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우리 제품에 쓰인 광물은 믿을만한 공급처에서 공급 받는다”고만 말했다.

부르스 카덜 클라간 컨설팅 서비스 부사장은 “PC업계의 큰 손인 HP도 북한으로부터 금을 공급받는 것을 몰랐다는 사실은 기업이 전체 공급 체인망을 다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금, 탄탈, 주석 등 광물은 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많이 공급돼 미국 정부가 이와 같은 규정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은 심카드와 같은 휴대폰 구성요소를 연결하는 양질의 전도체로 전자기기에 많이 쓰여 PC, 휴대폰 제조사에는 중요한 광물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행보는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채굴된 광물이 전자기기에 쓰이지 않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사사레즈네브 정책 분석가는 "이 규정은 소비자들이 처음으로 전자기기 내부를 보면서 부품이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채굴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라며 "이제 규정이 생겼기 때문에 기업들은 광물 보고서를 제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과정에서 인텔과 애플은 자사 제품에 분쟁광물을 전혀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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