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사고의 충격이 세상을 암울하게 뒤덮고 있다. 대한민국의 해양 분야 모니터링과 위기대응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해양 분야의 재난, 안전, 기상, 환경, 생태 등 통합적인 관측시설과 운영 프로세스, 대응전략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음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작금의 사태에 대해 사람들이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일이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이 아니라 예방이나 조치가 가능했던 인재(人災)여서다.
당장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해양 분야의 인재 조짐은 그동안 끊임없이 이어졌다. 2003년 어청도 인근에서 발생한 러시아 원목운반선 침몰은 표류하는 원목으로 인근 양식어장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고, 2008년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충남, 전남, 전북의 해안 300㎞에 걸쳐 엄청난 오염이 발생했다. 또 갑자기 발생하는 너울성 파도로 인해 매년 적잖은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는 우리나라도 지진, 해일, 태풍 등 천재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지구온난화, 엘니뇨현상 등 지구환경의 다양한 변화로 우리나라도 최근 3년간 피해 규모가 1990년대 10년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나 피해액만 연간 10조원 이상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 분야의 위기관리 능력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해양 분야 기술과 그 기술 관리의 현주소를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해양 분야의 재난, 안전, 기상, 환경, 생태 등을 모니터링하는 해양모니터링 및 대응 기술이 무엇보다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지속가능한 생태계 보전을 위해 전 방위적인 관측과 보다 의미 있는 예측, 신속한 대응 프로세스가 가능하게 하는 기반시스템으로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양 모니터링 및 대응을 위한 기술을 전 방위적으로 점검, 제고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고신뢰성 해양 센서노드 및 센싱요소 기술’ 등을 자연모사 방식으로 개발해 바닷속 어디라도 설치해, 바닷속 현장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방식은 분산·다중화된 통합 관측망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고 정확하며 통합적인 정보수집이 가능하게 된다.
해양센싱 기술 분야의 고도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한다면 현재 선진국에 비해 20년 이상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는 이 분야의 획기적인 기술 발전이 일어날 수 있다.
둘째, 첨단 기상·해양관측 장비의 통합적 활용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매년 기상 및 해양 재해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으나, 현장관측 및 대응의 속도와 정확성, 예측성에서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통합적 활용이 부재한 탓이다.
우리나라는 기상청, 안전행정부 및 지자체, 해양경찰청, 환경부, 국토해양부, 한국철도공사 등 17개 이상의 유관기관에서 5000대 이상의 첨단 기상·해양 관측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정부·공공·민간 등 관련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설치, 운영함으로써 표준화되지 않은 관측 자료, 통합되지 못하는 정보, 비효율적인 관측통신망 운영, 시설의 중복투자 등으로 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 이런 것들에 대한 통합적 활용을 고민해 볼 시점이다.
유은정 연세대 연구교수 eunjung.y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