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우리나라를 과학 인프라 세계 6위, 기술 인프라 세계 8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과학 인프라 부문에서 한 계단, 기술 인프라 부문에서 세 계단 상승한 수치다. 상위에 있으면 올라가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40년 동안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산업 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켰다.
정부도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아 창조경제 구현을 추진 중이다. 과학기술계도 출연연을 중심으로 글로벌 협력을 통한 창조경제 진전에 힘을 쏟고 있다.
필자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8차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바이오기술(BT) 분야의 글로벌 협력을 통한 창조경제 구현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미 양국 장관급이 대표로 참석하고, 과학기술분야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나노 및 표준, 보건의료 등 관심 분야에 대한 협력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보건의료분야는 미국 측과 보다 긴밀한 사전 협의를 위해 회담 하루전부터 만나 미국립보건원(NIH)을 방문해 양국의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BT분야 R&D기반 창업 및 기업지원 생태계 구축을 위한 양국의 정책 공조의지를 확인했다.
미국은 생명과학분야 사업화에 많은 시간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랩 투 마켓(lab to market)’개념 하에 NIH의 시스템 및 사업화 가능 기술의 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기업에 대한 기술이전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이번 한·미 과기공동위에서 지난 2월 미래창조과학부와 미국 NIH간 체결된 협력약정을 기반으로 세가지 구체적 협력 사업을 올해 중 착수할 것을 제안했다.
첫번째는 BT분야 창조경제 리더 양성 프로그램이다. 향후 2년 동안 NIH에 연 25명 내외의 한국 과학자를 파견, 연구능력과 함께 기술이전·창업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유망한 창업 비전과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를 길러내려는 것이다.
두번째는 우리나라 연구자가 보유한 우수기술을 바탕으로 NIH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의 가치를 제고(value-up)함으로써 사업화로 연계를 시키는 공동 연구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중심이 돼 NIH와 공동으로 부작용 없는 항암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미래 유망기술분야인 노화연구에 있어 선도적으로 협력을 강화키로 하는 등 2건의 구체적인 기술개발 제안이 이뤄졌다.
이번 회담에서 한·미 상호간 과학기술분야에서 공통적인 우호적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국가성장동력으로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미국의 바이오 기술을 이끌고 있는 NIH가 우리나라의 바이오 R&D, 연구인력, 산업 등에 큰 관심을 갖고 협력을 확대시키기로 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이러한 글로벌 협력에 좀 더 눈을 돌려 세계 선진국들과 지속적인 협력 의제를 발굴하고 공동R&D를 수행한다면 지금의 역량이 배가될 수 있고, 우리나라가 향후 다가올 ‘바이오경제시대(Bio-Economy)’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otk@kribb.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