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쿠데타 여파로 한국 일본 등 현지 진출 기업들 긴장

태국 군부의 쿠데타 선언으로 현지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태국 진출이 많은 일본 기업들은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2013년에 일본 기업이 태국에 투자한 건수는 686건, 금액은 약 2905억바트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 중 가장 많다. 지난해 태국 자동차 생산 대수(약 250만대)의 대부분을 일본 자동차 제조사가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태국 사태가 이어지면서 현지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은 당장 기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도요타 자동차는 22일 예정했던 현지 공장 3곳의 야간 조업을 취소했다. 저녁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야간 생산을 하지만 향후 동향을 지켜본 뒤 재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혼다는 태국 동부에 건설 중인 신규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회사는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쿠데타 발생으로 작업 지연 등이 발생할 가능성에 최대 1년이 지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이세탄 백화점 방콕 지점은 직원 태국 출장을 금지했다. 현지 매장도 폐점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 저녁 9시 문을 닫았다. 유통업체 이온도 현지 매장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태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를 대비한 대책 마련을 준비 중이다.

LG전자는 태국법인과 연락을 취하고 현지 변화를 점검하고 있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기본 매뉴얼에 따라 주재원과 가족들을 귀국시킬 방침이다. 현재 태국 방콕의 판매법인과 라영에 있는 생산법인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 라영 생산법인은 TV, 세탁기, 에어컨을 생산한다.

GS샵도 태국 현지 합작사 트루GS에 근무하는 주재원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태국 내 방송사, 라디오 송출이 중단됐지만 홈쇼핑은 정상적으로 방영되고 있고 배송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쿠데타는 태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진출 기업이 줄어들 가능성과 성장률 침체 등이 예상된다. 반면 장기적으로 쿠데타 이후 정치상황이 안정되며 해외 기업 투자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6년 쿠데타와 마찬가지로 정상화에는 적어도 10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박현성 KOTRA 방콕 무역관 과장은 “아직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계속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며 “생산시설이 몰린 지역은 방콕처럼 큰 영향이 없지만 향후 소비위축 등에 태국 내수경제는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프라윳 찬 오차 태국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22일 긴급 TV생방송에서 쿠데타를 선언했다. 이후 군부는 저녁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통행금지를 발령했다. 방콕 지하철도 저녁 9시부터 중단했다. 이 밖에도 5명 이상의 집회를 금지하고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겠다고 발표했다. 23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진 상태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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