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ESS, 에너지 신시장 창출의 ‘플래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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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구 세계에너지총회(WEC)에서의 대통령 연설, 산업통상자원부의 올해 업무 계획 등을 보면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에너지분야에서 전력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창조경제 견인기술로 떠올랐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변환해 저장했다가 필요한 때에 전력계통으로 공급(방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설비다. 전력 계통의 주파수 조정, 신재생 에너지 발전원의 출력 안정화, 대규모 전기 소비자의 전력피크 절감, 비상 전원 등 전력계통에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2013년 말 142개소에서 총 432㎿ 규모 실증이 이뤄졌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는 약 29기가와트(GW), 22조원 수준까지 ESS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제주 조천변전소 등 4개소에서 6㎿의 ESS를 연구·개발이나 실증용으로 운영 중이다. 한전은 ESS 관련 사업화 가능 분야 중에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주파수 조정용 ESS 시범 사업을 세계적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갑작스런 발전기 출력 변동이나 부하 증감에 따른 전력계통 주파수 변동폭이 규정범위(60±0.2㎐)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전력 계통망이 한정된 우리나라는 전체 전력 수요량의 약 2%에 해당하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발전 출력량을 주파수 조정 예비력으로 운영 중이다. 이를 위해 주요 석탄화력 발전기는 정상출력 보다 5% 정도를 낮춰 발전한다. 주파수가 떨어지는 정도에 맞춰 발전 출력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러면 발전기의 종합 효율이 떨어지고 출력 부족분 5%에 해당하는 발전량은 천연가스를 비롯한 비싼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를 대신 가동함으로써 전기요금 인상요인도 된다.

한전은 석탄화력 발전 보다 대응 속도가 빠른 ESS를 올해 말까지 서안성 변전소와 신용인 변전소에 각각 28㎿와 24㎿를 시범 구축한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까지 점진적으로 총 500㎿ 규모에 달하는 ESS를 설치해 전기품질을 유지하고 국가 에너지 절감에도 이바지할 계획이다.

한전은 전력 공급자로서 공급기준에 맞는 전기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평소에도 변전소 변압기 탭(tap) 조정과 함께 수요 조절로 주파수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안되면 수요를 강제 차단하는 저주파수계전기(UFR)를 작동해 적정 주파수를 확보한다.

한전은 전기품질 유지 차원에서도 주파수 조정용 ESS 사업을 앞장서 추진함으로써 초기 시장을 창출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ESS 가격하락, 신재생에너지 연계나 피크제어 같은 다양한 사업의 경제성 확보, 국내 ESS시장 부양, 해외진출 경쟁력 확보에 따른 시장기회 확대 등 선순환 사이클을 통해 ESS 사업이 활성화되는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SS는 주파수 조정을 위해 화력발전소 출력을 줄이지 않아도 돼 기존 발전원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새로운 발전소 건설투자를 늦추고 전력구입비를 절감할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전기·전자 등 신규산업 육성과 부가가치 창출도 기대된다. 2017년까지 총 6500여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하면 국가적으로 총 3조원이 넘는 경제적 편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2차전지 제조, 배터리 제어와 전력변환 기술, 관련 소프트웨어산업 등 화학·전기·ICT 융합 분야에서 총 360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도서, 산간벽지나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자립 지원, 가정·공장·빌딩 등 전기소비자 에너지사용 효율성 향상, 국내 실적을 활용한 글로벌 시장 진출 등 부수효과도 예상된다.

주파수 조정용 ESS 사업이 국내 관련 산업 전반의 활성화를 선도해 21세기 신산업혁명을 촉발시킬 수 있는 ‘플래그십(Flagship)’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병숙 한국전력 신성장동력본부장 kbsook@kep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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