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품 개발에만 매진하며 전력을 다하는 창업팀들을 자주 본다. 완성도가 높은 제품으로 시작하면 좋긴 하지만 모든 자금을 다 소진하면서 제품만 개발하려는 것을 보면 의문이 든다. 제품이 완성되는 날을 독립기념일처럼 생각하는가? 그 즉시 매출이 일어나거나,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면서도, 그 즉시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것 같다. 모든 활동의 종착지가 투자를 받는 것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이 의외로 많다.
스타트업에 투자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
첫째, 투자는 구걸이 아니다.
투자를 요청하면서 “도와 달라” “믿어 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 순간 사업과 기술에 좋은 인상을 가졌다가도 투자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진다. 남의 도움이 없으면 스스로의 힘으로는 회사를 운영할 의지나 자신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투자는 나의 취미 생활에 남의 돈을 기부 받는 것이 아니다. 투자 요청은 투자자들의 자본을 다른 데서 운영하는 것보다 더 높은 복리 수익으로 돌려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투자를 통해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은 버려라. 절대로 투자자들 앞에서 구걸하지 말라.
둘째, 투자는 권리도 아니다.
투자와 관련해 다른 극단적 태도도 자주 접한다. 이렇게 좋은 제품과 서비스에 투자하지 않다니. 선하고 좋은 일을 하는데 돕지 않다니.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을 위해 당연히 투자해야 하는데 하지 않다니. 과장한 측면이 있지만, 사업계획서 혹은 창업자의 입을 통해 종종 듣는 이야기다.
사업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이 사업으로 ‘세계의 평화’가 오는 것으로, 이 사업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지구의 종말’이 오는 것으로 과도하게 믿은 결과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창업가는 이 일이 단지 ‘좋은 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돈을 내서 도와야만 한다는 생각의 함정에 빠진 경우도 많다. 돈이 있는데 돈을 내지 않는 사람은 좋은 일을 반대하는 나쁜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내가 아무리 좋은 서비스와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투신하더라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투자는 나의 권리가 아니다. 투자자의 권리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