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의 상징인 엔저현상이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의 희비를 갈라놓고 있다. 엔화 환율 때문에 각 사별로 영업이익이 크게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산업신문은 지난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기준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의 영업이익 성장률이 수출 비중에 따라 큰 격차를 보였다고 19일 보도했다.
이번 일본 자동차 업체별 영업이익 성장률은 일본 내 생산 비중이 높아 수출이 많은 업체가 단연 높았다. 엔저로 인해 1달러당 100엔대 환율이 형성되며 일본 자동차 수출 채산성이 개선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회계연도에 영업이익 성장률이 가장 높은 회사는 도요타다. 직전 회계연도 대비 영업이익은 2.6배 상승했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7년 만의 최고치 경신이다.
스바루 브랜드를 생산하는 후지 중공업도 전년 대비 2.5배 증가했다. 2년 연속 사상 최고 성장을 보이며 혼다를 제치고 업계 3위로 올라섰다. 업계 5위 마쓰다도 같은 기간 60% 이익이 늘었다.
반면 업계 3위에서 4위로 밀려난 혼다는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대비 20%에 그쳤다. 내수는 업계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지난 2012년 9월부터 북미 시장에서 판매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 생산을 일본 사이타마 제작소에서 미국 오하이오 공장과 멕시코 공장으로 옮긴 것이 주원인이다. 회사는 직전 회계연도보다 40% 줄어든 9만7000대를 수출했다.
업체들은 엔저현상이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지만 수출 확대를 위해 일본 내 생산을 더 늘리지는 않을 방침이다. 오히려 업체들은 시장과 가까운 곳에서 생산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실적 성장을 발판삼아 신흥 시장 공략을 위해 생산 능력 확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도요타는 “일본 내 생산은 300만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지 중공업도 “수출을 확대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