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두번째 자기부상열차 노선 인천공항에 개통

“부상해주세요” “부상했나요?”

착지된 열차가 선로 바닥에서 떠오를 때 아무 느낌이 없었다.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의 부상 폭이 6㎜에 불과해서다. 선로에서 뜬 열차는 미끄러지듯 달렸다. 바퀴형 열차가 오를 수 있는 최대 경사폭이라는 4% 경사로도 무리 없이 달렸다. 자기부상열차가 오를 수 있는 최대 경사폭은 7%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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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원과 현대로템은 14일 인천국제공항역에서 용유역까지 운행하는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시승식을 가졌다.

선로와 마찰이 없어 소음·진동이 거의 없었다. 바퀴형 열차 소음이 75㏈인데 비해 자기부상열차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65㏈이다. 사람이 많아 소란스러웠음에도 두 량짜리 열차 끝에서 끝까지 목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놓은 물병 속 물은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출렁거리진 않았다. 가속·감속 시 쏠림은 일반 지하철보다 심했다. 가속도가 4㎞/h/s로 바퀴식 열차의 3.5㎞/h/s보다 높기 때문이다. 출발과 정지 시 가속도만 조정하면 역간 주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오는 7월 세계 두 번째 상용 자기부상열차 노선이 인천에 들어선다. 인천국제공항역에서 용유역까지 6.1km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양 역 사이에 장기주차장·합동청사·국제업무단지·워터파크 등 4개 역이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현대로템이 개발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에코비 성능인증을 마치고 1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증식·시승식을 가졌다. 2개월간 시험 운행을 거쳐 7월 중순 개통한다. 노선 운영은 인천공항공사 몫으로 당분간은 무료 운행할 예정이다.

1989년부터 개발해온 자기부상열차가 실용화 결실을 맺기 시작한 셈이다. 상용 노선 개통은 일본 나고야에 이어 두 번째다.

기계연은 무인자동운전·비상착륙·고장열차 구조·최고속도·전자기파 적정도·신뢰성 등 52개 항목을 검사했다. 최고시속 111㎞를 냈고 부상 폭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실제 운행 시 최고 시속은 80㎞로 맞춘다. 5000㎞를 이상 없이 주행해 신뢰성이 입증됐다. 무인운전 시 정차 오차는 3~8㎝로 나타났다.

승차감이 좋다는 것 외에 유지보수비와 선로 건설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바퀴·기어·베어링 등 회전체가 없어 운영비 80%를 차지하는 유지보수비를 아낄 수 있다. 마모될 부품이 없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1년 가까이 부품에 대한 유지보수비가 거의 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퀴식 열차는 하중이 바퀴에 집중되는 데 반해 자기부상열차 하중은 열차 전체에 골고루 분포된다. 덕분에 선로를 좁게 만들어 건설비를 줄일 수 있다. 인천 자기부상철도의 ㎞당 건설비는 430억원으로, 지하철 1200억원·경전철 500억원보다 싸다.

전력 소모량은 일반 열차에 비해 20~30% 많다. 차량 가격도 10% 정도 비싸다. 그럼에도 운영비와 건설비 등을 합한 전체 경비는 일반 도시철도 70% 수준이라는 게 기계연 측 설명이다.

당장 노선 활용도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 노선이 짧고 역 주변 시설이 거의 없어 교통수단으로서 가치가 낮기 때문이다. 영종도 개발이 끝나면 30㎞ 길이로 노선을 확장할 계획이지만 그전까지는 교육·관광 목적 정도로만 활용이 예상된다.

자기부상열차 두 번째 노선은 대전에 들어선다. 36㎞ 연장 30개 정거장 규모의 대전도시철도 2호선이 자기부상열차 방식으로 건설된다. 2020년 영업운행을 목표로 현재 설계에 들어갔다.

현대로템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 수출도 추진한다. 한규환 현대로템 대표는 “세계 철도차량 시장에서 바퀴식 열차는 이미 레드오션이 돼 기존 기술과 비용으로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자기부상열차가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구매 가격, 유지보수 비용, 에너지 효율 등을 개선해 경쟁력을 더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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