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중심축 ‘출연연’ 신임 기관장에 듣는다]<4>이영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충남 천안에 본원이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은 출발부터 독특했다. 과학기술 분야 25개 출연연 중 유일하게 설립 목적과 임무에 중소기업 지원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기계연구소(현 기계연구원)의 연구개발(R&D) 및 기업지원 기능이 합쳐져 1989년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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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자금 및 정책 지원기관은 많지만 R&D를 기본으로 한 기술 실(상)용화 전문 연구기관은 생기원이 유일합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영수 원장은 세계 최고의 기술 지원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도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20년 가까이 생기원에 몸담으면서 실용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선임본부장까지 지냈지만, 원장이 돼 기관 경영을 맡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고 책임도 무겁다”며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중소·중견기업이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가장 먼저 생기원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게 기업 지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늘 화두로 안고 사는 이 원장은 민간부문 기술력이 높아져 출연연의 기능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이 하기에는 부담이 크지만 미래 시장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선행 연구를 전담하고 중소·중견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기원은 이미 지난 1월 조직을 재편,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을 전담하는 ‘글로벌전문기업육성실’을 신설했다. 8명으로 구성된 ‘글로벌전문기업육성실’은 생기원만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글로벌 중소·중견기업 육성에 두팔을 걷었다.

특히 해외 연구기관에 기술 전수 및 협력을 맺고 그 곳 연구원과 엔지니어를 마케터로 활용하는 독특한 방식을 적용, 효과를 보고 있다.

그는 “그 동안 계속해 글로벌 중소·중견기업 육성에 매진해왔지만 전담 부서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리와 협력을 맺은 국가의 엔지니어와 연구원을 마케터로 활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신뢰성이 높아 수출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성공사례도 나왔다. 최근 생기원이 인도네시아의 한 연구소(BBKK)에 스마트저온물류시스템 실용화 기술을 지원했는데, 이 연구소가 앞장서 국내 중소기업을 마케팅 해줬다. 그 결과 그 중소기업은 성공적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그는 제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지난 1월 미래전략본부도 신설했다. 차세대 생산기술 발전에 필요한 산업 원천기술 발굴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제조업은 우리나라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를 달성케 한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중국과 선진국 사이에 끼워 넛크래커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와중에 누구나 제조자가 될 수 있는 3D프린터가 출현하는 등 제조업은 새로운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

이 원장은 “제조업 성장 없이는 국가 성장은 있을 수 없다”며 “우리나라가 1인당 GDP 3만~4만달러를 달성하려면 서비스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돼야 하지만 제조업 역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생기원은 미래부와 25개 과학기술 출연연이 공동으로 만든 ‘중소기업지원통합센터’ 허브 역할도 맡고 있다. 이 센터는 기술 애로가 있는 중소기업이 1379(전화 한 통으로 중소기업과 출연연이 3일안에 친구가 된다는 의미)로 전화하면 언제든 이를 해결해준다. 개소 이후 약 7개월간 총 7만9000건(하루 평균 54건)의 애로사항이 접수 될 만큼 호응이 높다.

이 원장은 “단순히 기술 상담을 넘어 신뢰성 테스트를 통한 신규판로 개척과 우수 인력을 활용한 애로기술 해결 등 기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아직 생기원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앞으로 25개 출연연이 폭넓게 참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지역 중소기업과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해주는 간담회도 시행,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천안지역 중소기업인과 처음으로 모임을 가졌는데 올해 지역본부별로 전국을 돌며 가능한 많은 중기인을 만날 계획이다.

다수의 세계 첫 기술 개발 기록도 생기원만의 자랑거리다. 2010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에코 마그네슘 및 에코 알루미늄 합금기술이 대표적이다.

“뿌리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가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반도체, 휴대폰 등 첨단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은 요원합니다. 뿌리산업을 자동화(Automatic)와 깨끗하고(Clean) 편안한(Easy)환경의 ‘ACE’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생기원은 휴대폰·자동차 등 우리나라 간판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도 맡고 있다. 매년 뿌리산업 주간을 정해 뿌리기업인을 포상하고, 뿌리기업 명가 선정과 전문 기업 및 기술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뿌리산업 육성법 제정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기술사업화에 대해서도 높은 의지를 나타냈다.

이 원장은 “생기원은 일찍부터 ‘보고서에서 제품으로, 실험실에서 현장으로’를 모토로 기술사업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휴먼 특허가 아닌 ‘돈 되는 특허’ 창출을 위해 지식재산(IP) 관리 제도를 양적 지표(건당 점수)에서 질적 우수성 지표(기술가치 등급별 점수)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출연연의 핫 이슈 중 하나인 인력 조정에 대해서는 “생기원은 전국 7개 지역본부에 분산돼 운영되고 있는 조직 특성상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직급별 연구역량 강화와 리더십 및 마케팅과 기술경영 교육 확대로 인재 역량을 강화하고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복리후생에도 적극 힘쓰겠다”고 말했다.

천안=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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