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가상현실,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 되나

‘투자인가, 도박인가’

페이스북의 23억달러(2조5000억원) 규모 오큘러스VR 인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을 보는 찬반론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수년내 현실화할 차기 모바일 플랫폼이란 전망과 아직 상업화가 먼 데다 성공조차 보장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가상현실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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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기업 줄줄이 뛰어든 가상현실, 왜?

적어도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소니는 가상현실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지난달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에서 ‘모피어스(Morpheus)’ 가상현실 헤드세트를 공개한 소니가 대표적이다.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4’를 위한 헤드세트를 공개한 소니 주식은 즉각 올랐다. 소니도, 투자자도 가상현실이 최소한 게임 산업의 새 대안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게임 콘솔 최대 경쟁자 마이크로소프트도 ‘포르타레자(Fortaleza)’라 불리는 가상현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올해 초 ‘오스터하우트 디자인그룹(ODG)’의 81개 가상현실 지식재산(IP)을 사들이는데 약 1억5000만달러(약 1585억9500만원)를 썼다.

ODG는 국방·정부를 위한 웨어러블 기기와 헤드 마운트 기기를 개발하는 업체다. 게임콘솔 ‘X박스 원’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상현실 기술 인수는 PS4용 모피어스를 내놓은 소니와 유사한 전략일 것으로 분석됐다. 역시 게임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사들인 IP 중에는 스마트와치와 함께 작동하는 헤드세트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도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포함한 주요 게임기업이 잇따라 가상현실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

게임이 아닌 산업에 대한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것은 페이스북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모바일은 오늘의 플랫폼이지만, 이제 우리는 내일의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다음 세대 모바일 플랫폼이라 확신했다. 페이스북이 가상현실 기술로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에 대한 전망은 아직 분분하다. 단 저커버그 CEO가 “고글만 쓰면 어디서든 게임을 하거나 집에서도 교실에 있는 것처럼 공부를 하고 의사와 얼굴을 마주하며 상담할 수 있게 된다”고만 밝힌 상태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증강현실(AR)과 함께 가상현실 기술을 개발 중인 구글은 별도 게임 콘솔 없이 구글 글라스를 판매하는만큼 ‘방향 찾기’ 혹은 ‘현실세계와 오버랩된 정보 획득’에 쓸 가능성이 크다. 구글 글라스에서 게임 앱과 접목이 될 것으로도 전망되지만 접근 범위는 다소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상조?…전문가들 비판 나서

가상현실에 투자를 늘리는 실리콘밸리 IT기업 공룡들을 보는 전문가와 소비자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닌텐도의 ‘버추얼 보이’가 실패했듯이 아직 주의를 요하는 기술과 산업”이라며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가 수백만명의 커뮤니티로 부상했었지만 결국 ‘틈새 아이디어’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가상현실이 틈새 아이디어가 아니란 것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의미다. 저커버그 CEO는 “증강·가상현실은 수십억 인구의 일상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현실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시장 반응 역시 차갑다. 마크 마하니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페이스북이 주장하는 가상현실의 잠재성은 증명해내기 쉽지 않다”며 “페이스북이 잘못된 플랫폼에 단순히 도박을 한 것인지 너무 이른 투자를 한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아직 기술도 완전치 않다. 많은 사람이 현기증을 호소한다.

뉴욕타임스 블로그 기고가 닉 빌튼은 “지금이 가상현실에 투자할 적정 시기라고 확신하기 어려우며 5년 내 (시장에) 정착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나는 스마트폰, 아이패드, X박스로 게임을 즐기지만 오큘러스VR의 가상현실 헤드세트 ‘오큘러스 리프트’를 쓴지 10분이 지나자 더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아졌고 방향감각마저 잃었다”고 토로했다. 또 “일부 사람들은 구역질이 난다고 표현한다”며 기술의 부족함을 탓했다. 많은 사람이 가상현실에서 겪는 일종의 ‘시뮬레이션 증후군’ 문제가 해결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의 한계가 극복될 것이라 반박하는 이도 있다. 미국 IT매체 리드라이트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는 “가상현실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5년 내 인간의 눈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며 “기기 디자인도 무겁고 큰 고글형태를 벗어나 지금의 안경 사이즈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미래 주요 모바일 산업으로 각광받을 것이란 소비자 기대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IT매체 텔레그래프가 ‘가상현실이 모바일 화면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여부를 물은 설문에서 ‘그렇다’고 답한 이는 지난 3일 저녁 기준 응답한 413명 중 16%에 불과했다. 대다수인 65%는 ‘응용 영역이 게임에 머무를 것’이라고 답했다. ‘일종의 속임수일 뿐’이라고 답한 이가 18%에 달했다.

영국 IT매체 텔레그래프는 “아직 페이스북이 가상현실 기술로 하려는 것이 무엇이라고 밝혀지지 않았지만 페이스북의 비전이 가상의 방에서 사람들과 앉아 네트워킹을 하거나 가상 아바타와 채팅을 하는 것이라면 나는 기존 문자 메시지를 택하겠다”고 묘사했다.

표. 글로벌 IT 기업의 가상현실 기술 개발 및 투자 현황 (자료:외신종합)

[이슈분석]가상현실,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 되나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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