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프로그램, 무료로 풀고 있으니 지금 받으세요.”
최근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에서 퍼졌던 내용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기존 PC와 똑같은 수준으로 사용 가능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프로그램을 무료로 받으라고 안내한다. 누가 언제 작성한 메시지인지 알 수 없지만, 전국민이 쓰는 MS 오피스 모바일 버전이 공짜라니 안 받을 사람이 없다. 이 정도면 MS의 한 방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확인결과 MS에서는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은 사실 무근”이며 “모바일에서 MS 오피스 편집을 원할 경우 오피스365 제품을 유료 구독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MS의 진짜 마케팅은 다른 장소에서 이뤄졌다. 3일 MS는 미국에서 열린 개발자 회의 ‘빌드 2014’에서 깜짝 선언을 했다. 9인치 이하 제품에 한해 모바일 OS 라이선스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라이선스료가 주요 매출원이지만 사실 모바일 시장에서는 더 잃을 게 없는 MS이기에 해볼만한 전략으로 보인다.
MS의 전향적(?) 자세는 반갑지만 문제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시장 패러다임을 뒤집어놓은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7년이다. 모바일 시장에 사활을 걸고 투자한다는 MS의 결단은 적어도 5~6년 전쯤엔 이뤄졌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쯤 세 번째 혁신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판을 움직일 수 있었을지 모른다.
전략의 차별화가 없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안드로이드와 iOS의 양강 구도로 굳어진 시장에서 구글과 똑같은 전략에 시장이 반응할지 미지수다. 애플 음성비서 ‘시리’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MS의 ‘코타나’에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진 소비자의 오감이 만족할지도 의문이다.
MS가 애플이나 구글이 보여준 혁신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판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차라리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모두 사실이고 이것이 MS가 준비한 회심의 마케팅이라고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미래를 읽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된다’는 말은 혁신의 대명사로 통하는 실리콘밸리의 ‘금과옥조’다. 빌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 왕국조차 예외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결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