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도·감청 위협 기업’으로 지목했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해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와 슈피겔지가 23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해킹의 피해자임을 자처하던 미국이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점을 시사해 사이버 공격 문제를 두고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NYT와 슈피겔은 전 미국 방산업체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기밀문서를 토대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화웨이의 중국 본사 서버를 뚫어 전산망 정보를 가로채고 런정페이 회장 등 경영진의 통신 내용을 감시했다고 전했다.
NSA는 ‘샷자이언트(Shotgiant)’로 불리는 이 작전을 지난 2007년께 시작했고 2009~2010년 NSA 산하 해커 조직 ‘특수접근작전실(TAO)’이 화웨이 선전 본사 서버에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작전은 특히 미국이 각국에 공급되는 화웨이 통신 장비를 역이용해 여러 나라를 해킹하는 계획까지 목표로 내세웠다.
화웨이가 미국 우방이나 이란과 파키스탄 등 테러 의심국가에 서버나 인터넷 케이블 등 장비를 수출하면 이 장치를 거쳐 해당 국가도 손쉽게 해킹할 수 있다는 것이다.
NYT가 공개한 기밀문서는 “우리 표적 중 많은 수는 화웨이 제품을 거쳐 통신을 한다”며 “이런 화웨이 제품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실제 화웨이 제품을 거쳐 각국 해킹에 성공했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NSA는 샷자이언트 작전을 통해 미국 정부가 의심한 것처럼 화웨이가 실제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관이 있는지 밝혀내려 했지만 스노든이 폭로한 문서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찾을 수 없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