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32>위험한 직업, 창업가

Photo Image

실리콘밸리의 유망한 창업가 존 밀스가 얼마 전 FBI에 체포됐다. 자신의 회사가 시스코에 인수합병(M&A)될 것이라는 거짓 정보를 흘리면서 사람들에게 투자를 권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사기 혐의보다 더 놀라운 것은 돈 씀씀이였다.

밀스는 친구들을 음악축제에 초청해 즐기거나 여자친구 생일 파티에 두 대의 자가용 제트 비행기를 동원했다. 한 끼에 2000만원짜리 식사를 하고, 호텔 스위트룸에 가수를 초대해 한 번에 1억원짜리 개인 공연을 즐기기도 했다.

2000년 초 벤처 열풍이 불었던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종종 언론에 등장했다. 잠깐의 과시와 즐거움 뒤에 오랜 고통과 절망의 나락에 빠진 창업가들 얘기다.

나는 저런 부류가 아니라고 쉽게 생각하지 말자.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다. ‘첫 번째 성공 증후군’을 겪고 밀스처럼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규모와 깊이가 다를 뿐이다.

지금은 자가용 제트 비행기를 탈 만큼의 돈이 없기 때문에 절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현재 할 수 있는 수준의 과시와 겉멋을 이미 부리고 있을 수도 있다.

회사원과 창업가의 다른 점은 운신의 폭이다. 회사원은 회사의 규정과 통제시스템에 의해 제한된다. 만일 그것이 없었다면 상상하지 못할 불행으로 뛰어갈지도 모른다.

반면에 사업가는 다르다. 통제가 없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밀스 흉내를 낼 수도 있다. 법을 위반하는 곳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갈 수 있다. 이른바 막 나갈 수 있는 게 창업가다. 나도 모르는 내 속의 진짜 내가 등장할 수도 있다. 그래서 창업가는 위험하다.

겉멋 들지 말아야 한다. 잘될 것 같은 것, 잘되는 것, 잘된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성공에 대한 내 느낌을 영점 조정하라. 두 세 클릭 뒤로 조정하라. ‘이 정도면 괜찮아’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보다 2~3년 후에 그걸 실행으로 옮겨라.

비서와 넓은 집무실, 운전기사를 써도 된다고 주변에서 성화인가? 때가 되었다고 느끼나? 그렇다면 지금보다 두 세 단계 더 성장한 뒤에 누려라. 주변에 나와 비슷한 사장들이 하는 것보다 두 세 단계 낮은 급을 택하라.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잘된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던 창업가가 밀스 같은 뉴스를 만들어낸다. 조심하자. 겉멋 들지 말자.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