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게임 룰을 바꿨다]<11>컴퓨터의 창시자 `존 에커트`

700g의 태블릿과 1kg에 불과한 노트북. 나아가 이제는 손 안에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시대다. 컴퓨터는 지난 60여년간 광속의 발전을 거듭해왔다. 모든 산업엔 시작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존 에커트는 1946년 대학원 재학 시절, 지도교수였던 존 모클리와 함께 세계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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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시간 걸렸던 연산문제, 30초만에 해결’= 에니악은 당대 최고의 수학자들도 수작업 혹은 기계식 계산기로 20시간이 걸려도 풀어내지 못하던 연산 문제를 단 30초 만에 해결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로선 발사된 포탄이 목표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처럼 정확한 계산 결과를 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때까지 군부대에서 대포나 미사일을 발사할 때 필요한 사거리를 알려줄 탄도 계산과정은 대기, 온도, 풍속 등에 따라 약 200단계의 계산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에니악은 종래보다 1440배나 빠른 연산속도를 과시했다. 그것은 당시까지 존재했던 어떤 컴퓨터와 비교해도 100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연산할 수 있는 괴물이었다. 1초에 5000번의 덧셈, 357번의 곱셈, 38회의 나눗셈을 할 수 있었다. 스위치와 계전기 대신 진공관을 사용한 것이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비결이었다. 대학원생이었던 에커트가 모클리 교수와 만든 에니악은 이후 진공관 수를 더 늘려 소비전력을 기존 대비 75% 줄이는데 성공했다.

◇인류의 삶 바꾼 컴퓨팅 산업 시작되다= 애초 에니악은 전쟁을 위해 개발됐지만 이후 인류의 삶을 비약적으로 바꿔놓는다. 종전 후 납품된 에니악은 이후 수소폭탄 설계용 계산, 날씨 예측, 우주선 연구, 열 폭발, 임의숫자 연구, 풍동 설계 등 이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다양한 분야의 컴퓨팅에 사용됐다. 단순한 수식 계산기에서 벗어나 컴퓨팅 산업이 시작된 것이다.

인터넷과 결합한 컴퓨터는 더욱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다. 게임부터 캐드(CAD), 프로그래밍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한 대의 용도는 무궁무진해졌다.

IBM은 올 초 발표한 미래예측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일상생활을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컴퓨팅 혁신 다섯 가지를 전하며 “기계가 학습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해 개인에게 맞추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인간과 교류하는 인지 시스템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혁신 다섯 가지는 교실이 학생을 학습하게 되고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을 앞서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의사는 DNA를 이용해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디지털 수호자가 대신 온라인에서 우리를 보호한다. 도시는 인간의 도시 생활을 돕는다.

◇‘웨어러블 컴퓨터부터 슈퍼컴까지...’= 컴퓨터의 영역은 근 60년간 형태와 성능에서 무한 진화를 해왔다. 방 하나를 꽉 채웠던 에니악이 손 안의 작은 컴퓨터인 스마트폰으로 변신했고 고성능 노트북도 대부분 1kg을 넘지 않는다. 안경, 시계, 팔찌 등으로 몸에 직접 착용하는 웨어러블 컴퓨터 시장도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 인류 기술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는 연산처리 속도가 초당 10억회 이상을 해낸다. 현재 일기예보, 기상 연구부터 단백질 입체 구조 예측, 양자 역학, 생물학적 화합물의 성질 계산 등에 사용되면서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 항공기의 비행과 충돌 시뮬레이션이 가능해 대형 참사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핵무기 폭발 시뮬레이션을 통한 핵융합 연구와 우주 탐사, 스포츠 경기 결과 예측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일반 컴퓨터로는 수행하기 어려운 각종 프로젝트나 무한한 계산 자원이 필요한 시뮬레이션에 슈퍼컴퓨터가 사용되고 있다.


존 에커트(J. Eckert) 약력

1919년 미국 필라델피아주 출생

1941년 펜실베니아대학교 무어 전기공학전문학부 졸업

1943년 미국 정부와 계약 맺고 전자 디지털 컴퓨터 제작

1946년 세계 최초의 기계식 컴퓨터 ‘에니악’ 발표

존 모클리와 ‘에커트-모클리 컴퓨터사(EMCC)’ 설립

1950년 에커트-모클리, 레밍턴랜드사에 인수

1952년 세계 최초의 상용 컴퓨터 ‘유니박’ 발표

1989년 유니시스사에서 은퇴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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