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로 임기가 끝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주재한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다. 10개월째 동결을 고수한 것이다.

김 총재 등 위원들은 국내 경기의 회복세가 아직은 미약한 가운데 물가 수준은 낮아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섣부른 기준금리 인상은 회복세에 접어든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1000조원이 넘은 가계부채에도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는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통위는 김 총재가 주재하는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회의이다. 김 총재는 재임 4년 동안 동결 40회, 인상 5회, 인하 3회 등의 금리 결정을 내렸다.
임기 초반인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는 5차례에 걸쳐 2.00%인 기준금리를 3.25%까지 올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 대응 과정에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정상화하는 과정을 밟았다. 이어 경기가 침체되자 2012년 7월부터 작년 5월까지는 3차례에 걸쳐 현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내렸으나 대응이 늦고 인하폭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새 사령탑을 맞이하는 한은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논의에 본격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 총재는 회의 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향후 경기 전망과 몇 가지 소회를 풀어놓았다. 그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거시건전성 규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금융안정을 위해하고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 어느 정도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보수적이던 한은 조직에 연공서열 파괴, 여성 발탁 인사 등으로 혁신적인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에 내부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조직 안정성을 헤쳤다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4년에 대해 “한은법 개정과 한은의 국제 위상을 높인 것이 큰 성과”라며 “부정적 평가나 후유증은 겪을 수밖에 없던 과제였다. 결과적으로는 도움일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김 총재와의 일문일답.
-지난 4년간 한은의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한은법 개정이 있었다. 한은의 국제 위상도 높아졌다. 직원들의 고품질 보고서가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 것은 획기적 변화다. 금통위 의결문도 진화했다. 첫 문단에 세계경제나 국제금융 파트를 집어넣었다. GDP갭이 언제 마이너스에서 벗어날 것이냐고 적시됐다. 의사소통을 매우 열심히 하고자 노력했다. 금통위 회의 후 6주 후였던 의사록 공개시기를 2주로 앞당겼다.
-임기 중 아쉬웠던 점은.
△특별히 없다. 임기 끝나는 날까지는 단 한 번의 마음의 여유, 편안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엇이 아쉬웠다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48개월 다 왔는데 한 번도 생활 리듬이 깨지진 않았다.
-한은 개혁의 취지에 대한 공감과는 별개로 결과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와 후유증도 있다.
△부정적 평가를 부정하거나 아무 후유증이 없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한은으로서는 당연하게 경험하게 될 개혁 과제였다. 근본적으로 한은은 국민의 중앙은행이지 종사하는 사람의 중앙은행이 아니다.
과거에는 사회와 유리돼 있었지만 괴리의 격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과정에서 과거에 보지 못했던 한은의 면면을 볼 수 있었을 것이고, 어두운 면 보였을 수도 있다. 부정하진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 빛과 그림자 중 빛이 더 크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것이 구성원 자체에도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몇 달 후 가을학기 정도부터는 어디서 강의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이가 들었기때문에 풀타임으로는 어렵고 파트타임으로 후학 가르치고 그간 해왔던 일들 잘 정리하고자 한다. 격변의 시대였고 조직에는 질풍의 과정이었다. 그런 과정이 정리하는 것의 계기가 됐다.
-향후 금통위에 대한 조언을 하자면.
△금통위는 시장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방향성에 대해서 얘기할 수는 없다. 중앙은행이 공격받지만 시장에는 각자의 자기 목소리가 다 있고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 경제 투자만 있고 투기는 없느냐? 천만에! 그렇지만 중앙은행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뭘 모르느냐? 모르지 않는다.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일 뿐 대응할 논리가 없어서 듣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주열 후보자가 와 있다. 부총재시절 퇴임사를 통해 안 좋은 기억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퇴임 전 만나서 화해할 의향이 있는지.
△금통위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할 얘기가 아니다. 다른 기회가 있으면 얘기하겠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