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감청의 일상화냐 VS 국가 안보냐?

다시 들끓는 휴대폰 감청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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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복집, 미림 사건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표적 불법 도청 사건이다. 우리 현대사의 한 단면으로, 당시 이들 사건이 터질 때 마다 CDMA폰 도청 여부가 큰 화제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휴대폰을 둘러싼 또 다른 방식의 논란이 일고 있다. 합법적인 감청의 범위를 기존 인터넷과 유선 통신에서 휴대폰 등 이동통신으로 확대하려는 방안에 대해 반발이 거세다. 국민의 프라이버시 보호권과 국가의 수사권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사설 흥신소의 불법 도청은 논외로 치더라도, 국가 기관에 의한 감청 대상 확대 여부가 쟁점이다.

◇국가안보 위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통과 필요

정부가 6개월 단위로 발표하는 국가 기관에 의한 감청 통계는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우선 지난해 상반기 이뤄진 감청 중 국정원이 한 건수는 23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 증가했다. 통신수단으로는 인터넷 감청이 같은 기간 14.7% 증가했다. 반면에 유선전화는 26.6% 줄었다. 요약하면 감청은 대부분 국정원을 통해 이뤄지며, 2011년 이후 인터넷 들여다보기가 증가하고, 이동전화 감청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 등은 감청 대상을 스마트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휴대폰 감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가안보를 위해 법을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지금 사용하는 3세대 및 4세대 휴대폰은 유심칩을 사용하기 때문에 암호코드를 해독할 수 없어 이동용 감청장비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금 휴대폰은 감청 대상자의 통화선로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게 불가능하며, 교환기 등 상용 통신설비에 특정 통화를 분리 추출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 감청협조설비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선은 교환기 또는 통신선로에 연결해 감청을 할 수 있지만 무선의 경우 감청이 안 되기 때문에 이동통신에 대한 감청을 위해 통신사에 감청 장비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감청의 일상화·상시화 우려

보안 및 학계 전문가들은 하지만 기술적으로 휴대폰 감청이 가능하다는 데 무게를 둔다. 특히 LTE 시대에서는 하드웨어에 의존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도감청이 수월해졌다는 지적이다. 폐쇄적인 2G폰과 달리 3G폰 LTE폰은 개방형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윤은준 경일대 교수는 “유심을 사용하는 3G 스마트폰은 악성앱을 통해 도청 및 감청이 더 쉬워졌다”며 “특히 스미싱도 도감청에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미싱이 소액결제를 통한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데서 한 발 나아가 통화내역은 물론 통화음 녹음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국가기관에 의한 엿보기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감청 장비 현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유선 감청 장비는 지금도 사용하고 있으나, 휴대폰 감청 장비 보유 여부는 2002년 이후 국회 보고 건수가 없다는 게 정보위원장실의 설명이다. 이러다 보니 긴급감청 건수가 전무한 점에 대해 의혹의 눈길이 보내진다. 긴급 감청이란 검사 지휘서 또는 국정원장 승인서로 우선 협조를 하되, 36시간 내 법원의 허가서를 제출받아야 하는 제도로, 사전에 허가서를 발부받는 일반 감청과 차이를 보인다. 미래부 관계자는 “통신비밀보호법에는 감청설비에 대해 허가를 받도록 돼 있지만, 수사기관은 제외돼 있다”며 “다만 국회 통제를 받는 조항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영역에서는 도감청의 일상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미 통신사를 중심으로 감청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통신사들이 운영하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DPI 장비가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통신사들이 트래픽 관리를 위해 도입한 DPI 장비에 대해 일부에서는 패킷감청 장비라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 DPI 장비가 특정 패킷에 대한 유형만을 분석하는 것이지, 내용을 볼 수 없다고 설명한다.

현재 KT, S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모두 무선망에서 DPI를 운영 중이다. 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으나, 서울 등 주요 도심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선 DPI 장비는 주로 이동통신사 기지국단에서 유선구간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설치된다.

유선망의 경우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이 DPI 등 유선망 관리 장비 도입을 추진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말 서울 시내 1~2곳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시작했다. KT는 2012년부터 `스마트 네트워크`라는 명칭 하에 DPI 등 관련 솔루션 도입에 나섰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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