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광고총량제 논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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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슈퍼볼 중계방송에 붙은 광고는 30초짜리가 최고 400만달러(약 43억원), 초당 130만달러(약 1억4000만원)가 넘었다.

슈퍼볼은 전 세계에서 1억명이 넘게 시청하는 초대형 스포츠 행사 중 하나다. 1억명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고자 글로벌 기업들은 천문학적 광고비를 투입한다. `광고 효과`가 증명되는 곳에 광고비가 쏠린다는 의미다.

반면에 국내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본방송 시청률 40~50%는 옛말이다. 이제는 시청률이 10~20%만 넘어도 `대박`에 속한다. 그 이유는 국내 통신네트워크 기술과 인터넷 환경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TV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은 기존 TV에서 주문형비디오(VoD),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이미 다변화돼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에 따르면 국내 20대 절반 이상(57%)은 이동하면서 TV를 보고 26.5%는 집에 있을 때도 스마트폰으로 TV를 본다.

이처럼 급격하게 방송환경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의 광고 규제를 풀어주겠다며 `방송광고시장 활성화 방안`을 꺼내들고 나왔다. 방송시장 사정이 이러한데도 방통위는 13일까지 여론을 수렴해 이달 안에 `광고총량제`가 담긴 안을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초안에 내놓은 광고총량제는 안건으로 올라가게 될 것”이라며 “안건이 통과되면 방송광고 규제완화를 위해 시행령 개정 등을 올해 안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규제를 완화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광고총량제는 총방송광고 허용량에서 방송사가 광고유형, 시간, 횟수, 길이 등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방통위는 지난달 23일 지상파 방송 광고를 시간당 평균 10분, 최장 12분까지 유료방송 수준으로 완화하고 종류별 규제는 폐지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방통위는 지상파방송 광고시장 점유율이 2003년 38.4%에서 2012년 22.4%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방송광고 시장에서도 지상파는 시청률 감소, 경기침체로 광고물량 축소, 30년간 고착상태의 KBS 수신료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지상파 광고 규제유형이 일곱 가지로 나열식인데다 중간광고도 금지하고 있어 광고시장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상파는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이 평균 4% 감소했고 미래성장 투자 여력이 위축된 것을 이유로 꼽고 있다.

이호윤 MBC 광고기획부장은 “광고총량제는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차별적 규제를 해소해 공정한 경쟁으로 방송산업, 광고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비정상화의 정상화`”라며 “방송광고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간광고와 광고총량제를 함께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에 유료방송 업계는 우려의 시각이 크다. 방송광고가 다시 지상파로 몰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성학 CJ E&M 광고사업본부장은 “2012년 국내 방송광고 시장에서 지상파 광고 매출은 약 61%로 여전히 절대적 영향력을 차지하며 지상파 독과점이 심화되고 있다”며 “2004년 이후 방송광고 규제완화 법령 개정 4회 중 3회는 지상파가 직접 수혜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2004년 이후 정부는 지상파에 민영 미디어렙 허용, 광고규제품목 완화, 심야방송 허용 등을 해줬다. 케이블 업계는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면 지상파 독과점은 더욱 심해지고 매체 간 균형 발전이 저해돼 시기상조라는 시각이다.

시민단체도 시청자 권익 차원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다. 노영란 매체비평 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이번 계획에는 시청자 권익 증진 내용은 없고 방송사 재원 증가와 광고 효과가 높은 시간대에 광고를 노출하고 싶은 광고주의 희망을 담고 있을 뿐”이라며 “지상파 중간광고와 총량제 도입에 반대하며 지금도 광고시간이 길어 시청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청자가 많다”고 비판했다.

신문협회는 “우리나라 미디어가 처한 환경과 상황은 지상파가 처한 상황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열악하고 위태로운 지경”이라며 “미디어와 광고 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한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강준석 KISDI 연구원은 “방송광고 규제 완화로 생기는 시청자 불편보다 규제완화로 얻는 방송콘텐츠 품질 개선 효과가 이용자 후생에 미치는 전체 영향을 고려해 규제 개선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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