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무너진 망 중립성" OTT 발목 잡나

기존 방송 위협하는 미디어 OTT

`망 중립성의 죽음`. 지난주 미국 주요 IT 외신 헤드라인이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버라이즌을 비롯한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가 인터넷 서비스를 차별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어떤 인터넷 서비스라도 관계없이 평등하게 제공하는 인터넷이 혁신·소통의 토대라는 `망 중립성` 원칙이 끝내 무너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들끓었다.

LA타임스는 “열린 인터넷 정책과 망 중립성 원칙이 심각하게 위협 받았다”며 OTT 산업 위기를 언급했다. 가장 큰 관심은 넷플릭스에 모였다. 4400만명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는 북미 인터넷 다운로드 트래픽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할 과금이 엄청나다는 전망이 앞섰다.

넷플릭스는 강경하게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법원 발표 이후 리드 헤스팅즈 플릭스 최고경영자(CEO)와 데이비드 웰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불운하게도 버라이즌이 미국 망 중립성 원칙을 성공적으로 부쉈다”며 “ISP가 법적으로 넷플릭스의 비디오 스트리밍을 훼방놓을 수 있게 됐을뿐 아니라 서비스 저하를 막기 위해 넷플릭스에 요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고 비난했다.

대항 의지도 드러냈다. 헤스팅즈 CEO는 “네트워크 사업자가 미국 인터넷 가입자에게 직접 접근하기 위해 통행료를 부과하려 한다면 넷플릭스와 사용자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트워크 사업자가 직접적 이익을 위해 이 판결을 악용해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깔렸다. 또 “몇몇 ISP에 의해 가혹한 시나리오가 펼쳐졌지만 우리는 필사적으로 대항할 것”이라고 덧붙여 결전을 예고했다.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넷플릭스가 패자는 아니란 해석도 고개를 든다. 테크크런치는 미국 매체 더아틀란틱의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판결의 피해자가 아니다”란 기사를 인용하며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의 붕괴가 큰 위협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와 구글이 아닌 작은 OTT 사업자가 불리해질 것이란 예측이다. LA타임스는 “넷플릭스와 구글은 비용을 지불할만한 여력이 있는만큼 경쟁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며 ISP의 차별이 허용된 상황에서 오히려 편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문제가 된 AT&T의 `스폰서드 데이터`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콘텐츠 공급 OTT 사업자가 기기 사용자의 해당 콘텐츠 사용 데이터 요금을 내준다. 넷플릭스와 구글이 독자를 유지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는 반면에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일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북미 인터넷 트래픽 비중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