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게임 룰을 바꿨다]<4>동영상 콘텐츠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리드 헤스팅즈`

`넷플릭스`가 탄생한 1997년, 동영상 콘텐츠 유통의 제왕은 `블록버스터`였다. 전 세계 25개국에 9000여개 매장을 보유한 블록버스터는 국내에서도 자취를 감춘 거대 비디오 대여 체인점이다. 미국인은 집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차를 타고 블록버스터 매장에 가 DVD를 빌리고 다시 매장에 반납했다. 하지만 이제는 넷플릭스가 제시한 온라인 비디오 대여와 스트리밍 덕에 누구도 영화를 보기 위해 대여점을 찾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영화를 즐기는 패러다임을 바꾼 주역이 바로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스팅즈(Reed Hasting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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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헤스팅즈 넷플릭스 CEO.<사진출처:위키피디아>

◇온라인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다=리드 헤스팅즈가 넷플릭스를 창업한 계기는 고액의 연체료 때문이다. 당시 유행하던 영화 `아폴로 13` DVD 반납을 깜빡한 탓에 40달러(약 4만4000원)의 연체료를 낸 그는 비디오 대여 산업에서 기회를 발견했다.

비디오를 빌리기 위해 매장을 찾는 불편함과 연체료 걱정을 덜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고 온라인과 우편을 결합한 새로운 대안을 찾았다. 월 이용료를 낸 사용자가 온라인으로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면 우편으로 해당 DVD를 보내준다. 영화를 다 본 사용자는 처음 배달됐던 봉투에 담아 가까운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기간은 마음대로, 연체료는 없다.

이용기한이 정해져 있는 만큼 빨리 반납해야 다음 영화를 볼 수 있다. 사용자 자발성을 이끌어내 연체료를 없애고도 빠른 회수가 가능했다. 영화를 보는 수고를 덜고 연체료 걱정에서 해방된 사용자는 넷플릭스 서비스에 환호했고 2002년 가입자 150만명 돌파와 흑자 전환으로 사업성을 입증했다.

◇스트리밍으로 또 혁신하다=온라인과 우편 시스템 결합으로 승승장구하던 넷플릭스는 2007년 또 한 번의 혁신을 시도한다. 지금은 콘텐츠 감상의 대세가 된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한 것. 당시 중간 광고 시청을 조건으로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던 훌루와 달리 넷플릭스는 광고를 배제한 유료 모델을 선보였다. 유료라고는 하지만 기존 온라인 비디오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던 회원에겐 무료로 제공됐고 우편 배송과 스트리밍 서비스 결합은 고객 확대로 이어졌다.

넷플릭스의 멀티채널 전략도 적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콘솔 `X박스`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위` 등 유력 콘솔에서 넷플릭스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삼성 등 TV제조사와의 협업을 강화했고 로쿠, 티보 등 셋톱박스에도 콘텐츠를 공급했다.

넷플릭스 순이익은 2006년 4900만달러에서 2009년 1억1600만달러로 증가했다. 2011년 워너브라더스, 디즈니 등 콘텐츠 제작업체에 지급하는 라이선스 비용이 급등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자체 콘텐츠 제작으로 돌파구를 찾으며 다시 성장세를 되찾았다. 지난해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흥행하며 콘텐츠 강자의 면모를 보였다.

◇자유와 책임을 누리는 일류 인재들이 모인 곳=스탠포드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헤스팅즈는 1990년 소프트웨어 기업 `어답티브테크놀러지`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1년 후 퓨어소프트웨어로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그는 빠른 성장을 이끌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본인은 스스로 준비된 경영자가 아님을 느꼈고 이사회에 CEO를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를 경영자가 아닌 엔지니어로 정의했고 경영수업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이사회는 그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의 우려와 달리 회사는 성장을 거듭했고 1995년 상장, 1996년 매각에 성공했다.

그는 합병된 회사가 점차 관료화되는 것에 실망했고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빠르게 성장하지만 결코 모험심을 잃지 않는 기업을 세우는 것을 목표를 삼았고 이것이 넷플릭스 문화가 됐다. 핵심은 자유와 책임, 그리고 보상이다. 넷플릭스는 직원에게 다른 어떤 기업보다 많은 보상을 지급한다. 직원은 보상수단을 현금과 주식 중에서 고른다. 높은 대우를 해주는 만큼 직원에게 높은 성과를 요구한다.

평범한 성과를 내는 평범한 직원은 다른 평범한 회사로 즉시 떠나도 좋다고 말한다. 회사는 높은 성과를 내는 일류 인재가 모인 곳으로 거듭난다. 우수 인재에게는 상당한 자유가 주어진다. 예를 들어 휴가는 자신이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만큼 간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으며 직원은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는다. 헤스팅즈는 자신의 경영 철학을 다룬 자료를 2009년 인터넷에 공개했고 지난해 10월까지 550만번 이상 조회됐다.

◇리드 헤스팅즈 약력

-1960년10월 8일 보스턴 출생

-1983년 보든 칼리지 수학과 졸업

-1988년 스탠포드 대학 컴퓨터공학과 졸업

-1991년 퓨어소프트 설립

-1996년 퓨어소프트 나스닥 상장

-1997년 퓨어소프트 매각 후 퇴사

-1997년 넷플릭스 설립

-2002년 5월 29일 나스닥 상장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 시작

-현 페이스북 이사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