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박지웅]<20>여성 맞춤 속옷 스타트업 `트루앤코`

트루앤코(True&Co)는 여성 맞춤형 속옷을 제작·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여성 속옷 중에서도 브래지어만 판매한다. 최근 IT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개인화` 개념을 속옷에 적용했다. 셔츠·정장이란 맞춤복 분야가 있던 남성 시장과 달리 여성 시장은 속옷을 중심으로 이제 막 개화하고 있다. 트루앤코는 이 시장 대표주자다. 2011년 5월 창업해 지금까지 600만달러(약 64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박지웅]<20>여성 맞춤 속옷 스타트업 `트루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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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앤코 서비스 페이지<트루앤코 홈페이지 제공>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박지웅]<20>여성 맞춤 속옷 스타트업 `트루앤코`

-정진욱(글로벌뉴스부 기자)=여성 맞춤 속옷 스타트업이라니 재밌다. 추천 이유는.

▲박지웅(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패션 시장을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디자인이 중요한 옷과 몸에 편한 옷도 그 기준 중 하나다. 디자인과 편안함, 형태에 따라 다른 혁신이 있다. 유니클로나 자라라면 디자인을 빨리 바꾸는 게 혁신이다. 소비자 목소리를 청취하고 빨리 제품을 만들어 진열대에 놓는 과정까지다. 그 분야는 실리콘밸리와 상관없다. 여성용 속옷은 디자인보다 내 몸에 잘 맞는지가 중요하다. 지금까진 내 몸에 딱 맞는 브래지어를 착용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개인에 맞게 치수를 재서 만든 제품이 없었다. 하지만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트루앤코는 이 수요를 기술로 풀어 제품으로 연결했다.

-정진욱=맞춤 속옷이라면 치수 측정이 시작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IT로 풀었나. 트루앤코 말고 IT로 접근한 다른 기업도 있나.

▲박지웅=트루앤코는 퀴즈를 이용한다. 신체 특성을 묻는 15개 퀴즈를 제시하고 사용자 답변으로 가슴 사이즈와 모양을 유추한다. 회사가 개발한 알고리즘이 정확한 사이즈와 모양을 파악한다. 가슴 사진을 찍어 보내라는 업체도 있다. 남성 셔츠 시장에는 `인도치노`란 회사가 있다. 이 기업은 사용자에게 줄자를 보내고 치수 재는 방법은 홈페이지 동영상으로 전달한다. 소비자는 동영상보고 치수를 재서 홈페이지에 입력한다.

-정진욱=간단한 질문 몇 개로 정확한 치수 파악이 가능한가. 트루앤코가 잘 되는 이유는.

▲박지웅=가능하게 하는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사용자와 매출이 느는 게 가장 확실한 증거다. 소비자가 제품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애초에 성장도 불가능하다. 트루앤코는 소비자의 진입장벽을 적절하게 풀었다. 사진은 정확도가 떨어지고 사용자가 직접 재거나 직원에게 의뢰하기도 꺼려진다. 이 심리적 장벽을 간단한 퀴즈로 해결했고 정확성도 높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기본 제품이 20달러부터다. 독특한 마케팅 전략도 한 몫 했다. 첫 구매자가 45달러를 내면 제품 10개를 보내준다. 마음에 드는 제품은 입고 그렇지 않은 제품은 반송하면 된다. 일단 맞춤 속옷을 입어보면 고객이 될 거란 자신감이 있다. 낮은 가격에 첫 경험을 선사하고 고객을 유인하다. 한번 맞춤 속옷의 편안함을 맛본 고객은 고정 고객으로 자리 잡는다.

-정진욱=맞춤 의류 시장은 국내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매력 있는 시장인가.

▲박지웅=우리나라는 패션 대기업 중심 기성복 시장이 강세지만 시장이 아예 없진 않다. 맞춤복 시장은 여성보다 남성이 크다. 남성은 비즈니스 정장이 맞춤 시장에 속한다. 셔츠와 골프, 등산복도 마찬가지다. 정장 입고 일하는 직장인이 절반이라고 보면 시장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여성 시장은 겉옷은 힘들지만 속옷은 가능하다. 속옷의 편안함은 건강과 연결된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민감하다. 국내 여성 속옷 브랜드는 사이즈가 많지 않다. 자신에 맞는 속옷을 찾기 어렵다. 남자나, 여자나 30대 중반 이후는 디자인보다 몸에 편한 옷을 추구한다.

-정진욱=맞춤옷은 비싸지 않나. 디자인이 너무 떨어지면 사고 싶지 않을 수 있다.

▲박지웅=비싸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맞춤옷이 기성복보다 싸다. 같은 원단을 써도 그렇다. 맞춤옷이 더 편하고 더 싸다. 미국과 일본은 맞춤 정장이 대세다. 국민 소득이 높을수록 맞춤옷 시장이 커진다.

디자인 품질도 절대 낮지 않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남성 맞춤 셔츠 스타트업 `스트라입스`의 경우 디자인만 1000여개다. 소매 모양니나, 단추 위치·개수, 색상을 하나하나 선택할 수 있다. 대중적인 패션 브랜드 수준은 충분하다.

여성에게 디자인이 훌륭한 속옷이 중요하지만 매일 필요하진 않다. 편한 속옷이 8개라면 예쁜 속옷은 2개면 된다. 편한 속옷 따로, 예쁜 속옷 따로다. 목적이 다른 만큼 맞춤 속옷은 디자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정진욱=맞춤옷은 흔히 말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제품이다. 싸게 하면서 이윤을 낼 수 있나.

▲박지웅=일단 인터넷 기반이라 매장 운영비가 빠진다. 가격은 일반 오프라인 매장 수준이지만 고정비가 빠져 마진이 크다. 재고 관리도 유리하다. 맞춤복은 100% 선주문 후생산이다. 이렇게 되면 패션 기업의 오랜 숙제인 재고 위험이 사라진다. 대량 생산이 힘들다는 건 분명 단점이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과 재고 위험 해소는 큰 장점이다. 장단점을 다 고려하면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

-정진욱=국내 시장에서도 맞춤옷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박지웅=국내 패션 시장은 기성복 비중이 말도 안 되게 높다. 이게 위기이자 기회다. 대기업이 기업복 위주로 시장을 조성하는 건 위기다. 대중이 맞춤복 필요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잠재 수요가 분명한 만큼 제대로 이를 충족시키는 기업이 나오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인터넷·모바일 연계가 답이다. 기존 맞춤복 업체는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것으로 고객 접점을 넓혔지만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인터넷 기반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모수를 늘릴 수 있다.

-정진욱=IT기반 맞춤옷 창업을 준비하는 팀에게 조언한다면.

▲박지웅=국내 시장이라면 가능성은 남성 맞춤 정장·셔츠, 여성 속옷 순이다. 남성 정장이라면 IT 비중이 낮다. 직원이 고객을 찾아 가서 직접 치수를 재는 게 가장 확실하다. 맞춤복 시장의 큰 장애물이 귀찮음이다. 고객이 귀찮지 않게 편한 시간에 찾아가서 잰다. 한 번이면 되는 작업이다. 고객을 만나 치수를 잴 때 스타일 상담도 해주면 좋다. 작은 노력이지만 고객은 큰 가치를 느낀다. 마치 개인 스타일리스트가 있는 것처럼 느낀다. 여성은 가서 재기도, 직접 재게 하는 것도 애매하다. 트루앤코 같은 질문 기반 알고리즘으로 유추하는 게 맞다.

-정진욱=트루앤코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까.

▲박지웅=현재는 브라에 집중하며 고객 신체 사이즈 수집에 열심이다. 신체 치수 수집이 어느 정도 끝나면 제품을 늘린다. 스포츠용 탱크톱 등이 후보다.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만큼 외부로 눈을 돌릴 거다.

-정진욱=트루앤코 같은 팀에 투자할 의향은.

▲박지웅=국내에 없는 서비스다. 제대로 할 팀만 있으면 100%다.

-정진욱=트루앤코 성장이 시사하는 점은.

▲박지웅=역발상이 중요하다. 개인화가 어려워 보이지만 프로세스 혁신이 있으면 가능하다. 전통 산업도 IT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박지웅 대표가 평가한 트루앤코

트루앤코 현황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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