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올해 중점 추진과제로 `글로벌 현지화와 신시장 개척`을 꼽았다. 이머징 마켓 신시장 개척, 진출 지역 내 고객 현지화 추진, 글로벌 HR 체계 개선, 비은행 부문 글로벌 사업 추진 등을 들었다. 한동우 신임 신한 회장은 9일 “신한금융이 잘하는 사업 위주로 해외에서 경쟁력을 먼저 기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아 시장에서는 점포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지만 리테일 등 경쟁력 있는 사업 위주로 판을 짜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 시장 진출을 예로 들며 “베트남 현지에서 외국계 은행 중 점유율이 HSBC에 이어 2위”라며 “은행에 카드 사업까지 결합해 신용카드 7만매 이상이 발급됐다”고 말했다. 또 “베트남 현지인은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 다니는데, 리테일 부문 중 리스 사업과 연계한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우리가 잘하는 분야 위주로 체력을 길러 이후 M&A 등을 통한 선진국 진출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따뜻한 금융을 그룹의 아젠다로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한 회장은 “금융이 본업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에게 새 수익을 창출하는 운용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런 노력이 바탕이 돼 양호한 재무성과를 거뒀을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와 지속가능경영에 있어서도 대외적으로 남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홍역을 치뤘던 신한 경영권 분쟁에 관련해서는 강한 어조로 소회를 밝혔다. 한동우 회장은 `신한사태` 당사자인 신상훈 전 신한금융그룹 사장에게 `반성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질책했다. 최근 신 사장이 복귀를 주장하며, 신한사태 진상 규명을 요청한 데 대해 불쾌감까지 표시했다. 한 회장은 9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신한사태와 관련된 모든 분들이 겸허해지고 나아가 반성해야 한다”며 “그런데 관계된 사람을 만나보면 미흡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회장은 “지난 1월 3일 신상훈 사장을 직접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지만 온도 차이를 느꼈다”면서 “과거 경영진이 벌인 불미스러운 일은 전혀 신한답지 못했고, 사태 해결 출발은 겸허한 생각을 갖고 분열이 아닌 통합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또 다시 신한 사태의 잘잘못을 따지고 되짚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신 전 사장이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신한금융을 `죽은 조직` 등으로 표현하며 현 경영진을 비판한 것과 관련 신한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을 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신 사장이 복직이나 신한사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도됐는데 유감 표명으로는 대응이 안 될 것”이라며 “갈 길이 상당히 멀다는 생각이 든다”고 착찹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신한은행은 1982년 창립된 이후 모든 신한인의 땀과 열정이 합쳐져서 오늘날이 있게 됐다”며 “그런 관점에서 경영진들 몇분간 벌어진 경위는 신한답지 못하고, 신한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