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게임 룰을 바꿨다]<1>조니 아이브 애플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

똑똑한 인재 1명이 100만 명을 벌어 먹이는 전환점을 지나 수 천만 명에게 기회를 주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 인물은 기업 운명을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과 사회를 뒤흔든다. 정보기술 시대 게임의 법칙을 바꾼 혁신가 15명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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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아이브가 디자인해 바람을 일으켰던 1세대 아이맥.

2011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은 애플 데스크톱 `G4큐브`를 전시물로 추가했다. 컴퓨터 역사를 기록하는 용도가 아니라 디자인 가치를 높이 산 결정이다. G4큐브는 IT기기를 예술로 승화시킨 최초의 디자이너, 바로 조니 아이브 애플 디자인 총괄 수석부사장 작품이다.

그는 스티브 잡스와 함께 현재 애플을 만든 주역이다. G4큐브는 물론이고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맥, 아이팟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애플 제품을 바라만 봐도 갖고 싶게 하는 마술을 부렸다. 아이브는 2011년 영국 왕실서 디자이너 최초로 작위를 받으며 영국을 대표하는 인물이 됐다.

◇기술과 디자인의 성공적인 만남=“비즈니스와 디자인의 성공적인 결합으로 오늘의 애플이 됐다.”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잡스(기술)와 아이브(디자인)는 하도 잘 어울려 다녀 두 사람 이름을 합쳐 자이브(Jaives)라 불리기도 했다. 잡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아이브가 있기 때문에 애플이 건제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이브는 디자이너의 디자이너란 말을 듣는 산업 디자인계의 독보적인 인물이다.

2009년 패스트컴퍼니는 조니 아이브를 가장 창의적인 인물 1위로 선정했다. 그가 기술과 디자인의 위대한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IT기기 디자인에 새 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제품 성능과 기능에만 집중했던 IT기업은 애플 성공 후 디자인 중요성에 눈 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많은기기 제조사가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며 자사만이 가진 `모양과 느낌(Look and Feel)`을 가지려 애쓴다. 애플 디자인은 애플만의 고유한 색깔을 내는 `클래식`이 됐다.

아이브는 아이폰은 물론이고 아이맥을 간결하게 디자인했지만 편리성을 놓치지 않았다. 패스트컴퍼니는 “아이브의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접근성을 고려하며 정직하고 즐겁다”고 분석했다. 디자인을 간결하게 하는 것은 복잡한 것보다 더 어렵다고 평했다. 아이브는 2012년 영국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경쟁사는 다르고 새로운 것을 찾는데 혈안”이라며 “상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능적인 향상”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의 신 `아이브`는 누구=뉴욕타임즈는 최근 `조니 아이브:애플 최고의 제품들을 만든 천재`를 쓴 린더 카니와 인터뷰를 실었다. 린더 카니는 “아이브는 타고난 디자인 영재”라며 “은 세공을 하는 아버지 아래서 자라 어려서부터 디자인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브는 학생시절부터 디자인 상을 휩쓸었고 영국 뉴캐슬 폴리테크닉에 다닐 때도 스타였다고 덧붙였다.

아이브를 뽑았던 로버트 브러너 전 애플 산업디자인 팀장은 영국 데일리 메일과 인터뷰에서 “그는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디자이너였다”며 “모든 기기의 형태 디자인과 세부 사항은 물론이고 가장 적합한 재료로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까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데일리메일은 아이브를 연금술사라고 표현했다. 그는 금속으로 할 수 있는 디자인의 한계를 넘어섰다. 아이브는 디자인을 할 때 겉모습 먼저 구상하는 게 아니라 우선 재료를 연구한다. 소재를 충분히 이해해 제품의 틀을 잡는다. 다른 디자이너가 생각지 못한 영역을 뛰어넘는 게 여기서 나온다. 아이브는 1998년 투명한 플라스틱에 색을 입혀 일체형 데스크톱 아이맥을 선보였다. 플라스틱의 특성을 이해하고 활용한 디자인이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컴퓨터나 휴대폰 소재로 쓰지 않던 알루미늄을 가공해 내구성이 높고 아름다우며 재활용이 가능한 기기를 만들었다. 직접 알루미늄 소재 기업을 찾아가 어떻게 가공해야 할 지 연구하고 매달렸다. 아이브는 현재 어떤 주주의 간섭도 매출 압박도 없이 애플의 `차세대 빅 싱(The Next big Thing)`이 될 수많은 후보를 만든다.

완벽한 것 같은 디자인 천재도 비밀이 있다. 피카소와 에디슨처럼 난독증 환자다. 난독증은 듣고 말하기에 문제가 없지만 글자를 빼먹거나 뒤바꿔 읽는 등 글자 인식과 의미 파악을 어려워하는 증세다. 카니는 아이브가 워낙 눈치가 빠르고 예민해 난독증인 것처럼 보이지 않아 애플 직원 중 증세를 아는 사람이 극소수라고 덧붙였다.


◇조니 아이브

-애플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

-영국 출생(46세)

-뉴캐슬 폴리테크닉(현 노스움브리아 대학) 졸업

-1999년 MIT테크놀로지리뷰 35세 이하 100대 이노베이터

-2004년 BBC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인

-2009년 패스트컴퍼니 선정 가장 창의적인 사람 1위

-2012년 영국 왕실에서 기사 작위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