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신년특집]해외시장 먼저 노크하는 전력 부가산업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업계가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 규모가 작아 의지할 안방이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1위에 오른 반도체·조선 산업처럼 신재생에너지업계는 제2의 신화를 창조하고자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기술 개발과 외형 확대에 투자를 이어가며 해외 시장 진출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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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되는 에너지저장장치 산업

새해 ESS 시장이 일본을 주축으로 미국과 유럽, 동남아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 초기에는 단순하게 남은 전력을 저장했다 전력피크 때 꺼내 활용하는 용도였지만 ICT와 전력제어 산업이 융합되면서 가정·산업용부터 신재생에너지원, 대규모 송배전망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ESS의 핵심부품인 리튬이온 이차전지 시장 가격도 올해 초 1㎾h당 1000달러에서 최근 700~800달러로 25%가량 떨어져 ESS 시장은 더욱 활발해질 기세다.

미국은 전력망에 기반을 둔 국가전력망 고도화 차원에서 주파수조정(FR)용 ESS 시장이 지난해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일본은 가정·상업시설 등 민간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독일 등은 전력피크 억제와 독립형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동남아지역 국가에서는 분산형 발전으로 ESS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독일은 지난해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축소하면서 `신재생+ESS`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며 시장 활성화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도 최근 대기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몽골리언, 신장, 하이난 등에서 대규모 신재생+ESS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ESS 시장은 2012년 142억달러 규모에서 2020년에는 세 배 이상 급증한 43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에도 국내 기업이 가장 집중할 시장은 일본이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전력난에 시달리면서 가정용부터 발전용, 신재생에너지 융합 시장까지 다양한 형태의 ESS 시장이 형성됐다. 시장이 활발해짐에 따라 이차전지와 전력기기 기술을 앞세운 국내 업체가 일본에서 크게 선전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기업은 중소업체인 주하다. 회사는 국내 기업 처음으로 일본 전지공업회 규격(SBA S1101:2011) 승인을 받고 정부보조금 대상품목(SII)에 등록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그 이후 일본 산업용PC 업체인 테크팔과 가정용 ESS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리스·렌탈 시장에도 진출 중이다. LG상사도 국내 중소업체인 이티에이치(ETH)와 3㎾h·6.3㎾h급 ESS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일본 SII에 등록돼 현지 시장 공략이 한창이다.

삼성SDI는 안정적 이차전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일본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1년째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SDI는 일본시장 점유율 1위인 교세라에 ESS용 배터리를 독점 공급 중으로 배터리 전통 강호인 일본 파나소닉과 시장 점유율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LG화학 중대형 이차전지를 채택한 LG상사와 LS산전의 ESS가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어 국산 배터리의 일본 점유율은 꾸준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LS산전과 포스코ICT 등도 ESS+태양광 융합 모델로 건설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는 한편 한화케미칼과 이차전지 업체인 코캄 등도 일본 현지 기업과 협력체계를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제어 기술 기반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일본 ESS 시장에 진출한 업체도 있다.

피앤이솔루션은 최근 일본 영업파트너인 S사와 ESS 기반 전기차용 급속충전기(50㎾h급)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일본 중공업 분야 대기업에 16대의 ESS+충전기 융합제품을 공급했다. 이 업체를 활용해 일본 내 편의점 등 유통점을 대상으로 충전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 제품은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채택한 20㎾h급 ESS와 연동돼 수전용량을 늘리는 별도의 추가 공사가 필요 없이 대용량 급속충전기를 운영할 수 있다.

또 국내 중소기업인 프로파워는 일본 2위 이동통신사 KDDI 무선통신기지국에 ESS를 공급 중이다. 기존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를 국산기술로 완성한 ESS로 교체했다. KDDI는 향후 기지국 60여곳에 ESS 구축을 앞두고 있어 프로파워의 추가공급이 유력하다.

ESS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시장이 활발해짐에 따라 국내 관련 업계는 글로벌 ESS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국내 배터리·ICT·전력제어 기술을 앞세워 서비스·솔루션 등 틈새시장에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안순용 주하 사장은 “일본은 이미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보급 시장이 민간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대형주택사, 유통업체, 금융기관까지 렌탈, 리스 서비스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고 있다”며 “ESS 활용이 단순한 전력공급 요구를 넘어 소비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는 서비스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어 국내 기업의 충분한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SS 활용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서비스 형태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절실하다.

홍인관 코캄 이사는 “세계적으로 ESS를 다양하게 활용한 형태로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 관련 업체는 이미 하드웨어보다 운영·관리용 전문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ESS를 활용한 전력 수요반응(DR) 시장 등 소프트웨어, 콘텐츠 시장 잠재성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불황 극복 열쇠는 해외 시장

지난해 국내 태양광업계는 제품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이 맞물린 시장에서 팔아도 밑지는 장사를 해야만 했다. 국내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의지할 안방마저 확보하지 못하면서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세계 시장은 규모면에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 시장 조사기관은 올해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를 30GW대 중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중국, 미국 등 신흥 태양광 시장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국내 태양광업계는 해외 시장 개척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제품가격이 여전이 낮게 형성돼 있고 중국 제품과의 경쟁도 녹록치 않지만 한화, LG전자, 신성솔라에너지 등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꾸준히 크고 작은 수주에 성공했다.

올해 태양광 시장은 더욱 성장해 한해 설치량 40GW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 기업의 과제는 시장 안착이다. 업계는 어려운 시황 속에서도 기술 개발, 외형 확대 등 맞춤형 전략을 구사하며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태양광 사업 진출 3년 만에 폴리실리콘-웨이퍼-전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사업 전 부문 생산라인을 갖춘 한화는 해외 시장공략에 나선다. 폴리실리콘 1만톤, 태양전지 2.3GW, 모듈 1.5GW 규모로 세계 3위권 외형을 갖춰 중국기업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확보했다.

상반기 태양광 사업 부문 영업 손실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줄이는 등 반전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한화는 특히 새해 발전소 설치, 운영 등 다운스트림 사업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자사 모듈을 발전소 프로젝트에 공급해 모듈 수익성과 EPC 수익을 동시에 올려 이익률 개선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또 폴리실리콘 공장가동에 들어간 한화케미칼은 상반기까지 생산물량을 확대하고 잉곳·웨이퍼 제조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에 본격 들어간다. 생산원가 절감에 필요한 공정개선 R&D를 추진해 향후 수요 상승 대응에도 나선다.

세계 정상권 태양전지 제조기업으로 성장한 LG전자는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로 일본 등 주력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낸다. LG전자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6인치 N-타입 태양전지 양산에 나섰다. 초고효율 제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기존 생산설비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시장에서 경쟁을 최소화하려는 선택이다. 기존 P-타입 생산라인에 일부 공정을 추가해 중복투자를 최소화하면서도 최근 급성장하는 일본 시장 등 고효율 제품 선호가 높은 신시장에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제품 고효율화 전략에 올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고효율 P-타입 태양전지 양산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고효율 P-타입 태양전지인 펄(Perl) 태양전지를 사업 핵심 축으로 삼고 양산구조 개발, 생산원가 저감 R&D를 추진하고 있다.

◇제2의 조선산업 신화 `풍력`

풍력업계도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답보상태에 빠진 대규모 국내 해상풍력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자 실증을 거쳐 본격 영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부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에 앞서 해외에서 세계 최대 용량을 자랑하는 7㎿급 해상풍력발전기 실증에 나선다. 최근 스코틀랜드 파이프주 메틸시 해안지역에 7㎿급 해상풍력발전기 설치를 완료하고 제품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대 용량 풍력발전기를 최초 개발·가동하는 기업으로 등극했다.

새해에는 생산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송전망 시스템도 구축한다. 제품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세계 최대 풍력시장인 영국 등 유럽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본격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풍력발전기 전체 시스템과 해상에 설치하는 재킷 타입 하부구조물까지 설계·구매·제작·설치·시운전을 턴키로 일괄 공사하는 EPCI 수주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해상풍력발전 시장에서 제2의 조선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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