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을 다녀보면 중소·중견기업이 여러가지 애로를 겪지만 특히, 고민하는 부분이 값비싼 시험장비와 운용 인력이다. 제품개발이나 생산과정에서 정해진 규격에 따라 개발·제작됐는지 확인할 때 필요한 장비다. 어렵게 장비를 구매하더라도 운용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소기업의 부담을 낮추고 기술혁신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동활용장비 제도를 운영 중임에도 중소기업이 장비보유기관에 사용가능 여부를 일일이 문의하고 기관별 절차에 따라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때문에 전국 테크노파크(TP)에서 운용 중인 공동활용장비의 평균 활용률은 간신히 절반을 웃돌 정도로 이용률이 낮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약 7%가 연구장비 구축에 사용되고 이들 장비 절반 이상이 출연연이나 대학교에 설치돼 있다. 다소 나아졌지만 이들 장비의 60% 이상은 여전히 수입품이다. 중소 자동차부품기업도 규모가 커져 신속한 품질관리 대응을 위해 웬만한 시험장비는 확보하고 있지만 부담되는 값 비싼 장비는 확보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얼마 전 산업기술 개발과 생산지원을 위한 시험장비 지원시스템인 `e-Tube(etube.re.kr)`가 출범했다고 해서 해당사이트에 들어가 살펴봤다. e-Tube는 3000만원이 넘는 1만3000개 이상의 공동활용장비를 등록해 지역·종류별 등으로 공유할 수 있고 민간도 참여해서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전국 통합플랫폼이다. 신속하게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하는 등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 중소·중견기업이 필요한 장비를 활용하면 전문 인력 부담도 대폭 줄어들고 수많은 장비를 때마다 교정해야하는 등의 부담도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수수료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한다.
공동이용률이 높아 몇 달 동안 대기해야하는 3축 내구시험기 같은 장비는 e-Tube를 발판으로 잠재수요를 파악해 사업자 또는 관련 연구기관이 우선적으로 확보하게 함으로써 사업성을 높여야 한다. 또 수요가 많은 장비는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경쟁력을 높이게 해야 한다. 자동차 실차를 모사할 수 있는 슬레드(Sled) 장비는 80억원에 이르는 고가임에도 부품기업의 수요가 많다. 기업이 협력해서 개발하면 성능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소기업도 품질관리를 넘어 기술개발에 나서는 비율이 높아졌다. 기존 제품이 아닌 새 제품을 개발할 때면 시험이나 내구성을 측정할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 관련기관을 찾기보다 e-Tube에 등록된 기관과 공개 또는 비공개 상의해서 새로운 시험법을 마련하고 여기에 적합한 새 장비를 개발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전개할 수 있다. 새 시험법을 전문기관과 협의해서 국제표준으로 등록시키면 개발된 장비만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개발·특허·판매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해지게 된다. 또 동일 산업군 장비를 특정지역에 클러스터화하기 위해 준비 중인 산업별 지역별 거점센터 개념과 연계하면 자동차·조선·로봇·공작기계 등에 각각 필요한 테마별 시험장비투어가 가능하다. 이는 이공계학생이 전문분야별로 시험 장비를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확장해 활용할 수도 있다. 더불어 거점센터 장비운영인력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교육을 할 수 있어 장비 전문 인력 육성에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제 우리가 최상에 가까워졌다는 자신감을 갖고 조금만 더 협력한다면 선진국 부럽지 않은 최강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고 확신한다.
허경 자동차부품연구원장 nice@katech.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