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슈퍼컴퓨터 업계에서도 `탄소나노튜브`를 비롯해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새로운 소재 개발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컴퓨터월드가 20일 보도했다. 가속 기능 추가처럼 시스템 설계를 변경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 부담이 엄청나다.
최근 미국 덴버에서 열린 `2013 세계 슈퍼컴퓨팅 콘퍼런스(ISC)`에서 행사 의장인 윌리엄 그롭 일리노이대학 컴퓨터과학 교수는 “우리는 한 기술 시대의 끝자락에 와 있다”며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가까워졌음을 시사했다. 그는 슈퍼컴퓨터 업계에 표준 반도체인 `상보형금속산화반도체(CMOS)`를 대체할 기술이 없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의 집적도가 18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이론으로 지난 30년 동안 IT산업 발전을 이끌어왔다. 근래 들어 물리적 미세 공정의 한계를 보이며 머지않아 한계에 직면한다는 예상이 제기됐다. 오랜 기간 무어의 법칙을 충실히 반영해 온 슈퍼컴퓨터 업계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슈퍼컴퓨터는 단일 중앙처리장치(CPU)에 의존하지 않고 각각의 기능을 지닌 여러 노드를 연결해 제작한다. 성능 향상을 위해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합한 가속처리장치(APU)를 추가하기도 한다. 이 방식은 제작비가 많이 들고 전력 소모량 등 운영비도 높다. 안정성도 떨어진다.
피터 벡맨 미국 에너지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수석 컴퓨터 과학자는 “슈퍼컴퓨터는 전력과 비용 싸움”이라는 제약을 받는다고 말했다. 대형 슈퍼컴퓨터 가격은 1억달러(약 1100억원)을 웃돈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하기도 어렵지만 더 투자한다고 해서 성능이 획기적으로 오르기도 어렵다는 게 벡맨의 설명이다. 실리콘 반도체의 한계 때문이다.
업계는 이를 해결할 기술적 변화가 올 것이며 혁신적 재료를 다룰 회사가 그 주인공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인텔 같은 업체가 차세대 기술 산업에서도 리더가 될 이유는 없다는 설명이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탄노나노튜브는 전기 전도율과 강도가 높아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만능 소재로 불린다.
탄소나노튜브로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은 개발이 한창이다. 슈퍼컴퓨팅 콘퍼런스에서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반도체 회로를 공개했다. 탄소나노튜브를 사용하면 현재 10억개 안팎의 트랜지스터를 넣는 실리콘 반도체의 집적도를 1조 단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벡맨은 “근본적 변화 없이는 슈퍼컴퓨터 성능 개선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실리콘이 아닌 전혀 새로운 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적 소재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느려지는 슈퍼컴퓨터 성능 향상 속도
![슈퍼컴, 무어의 법칙 한계를 만나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1/20/500478_20131120142143_049_T0001_550.png)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