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10월 김신일(45)씨는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났다. 다행히 거래처에서 입사 제안을 받았지만 김씨는 지금이 아니면 창업할 기회를 영영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 결심을 했지만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 창업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김씨에게 어려움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부담스러운 임대료와 자문을 해줄 수 있는 멘토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사무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중 중소기업청, 지방자치단체, 민간 비즈니스인큐베이터(BI) 등 다양한 곳에서 운영하는 사무 공간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중소기업청의 `시니어 비즈플라자`, 지방자치단체의 `시니어 보육센터`, 르호봇 등 민간업체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건물 등이다. 이들 업체에는 복사기, 공동 회의실, PC실 등이 마련되어 있어 임대료에 대한 부담 없이 창업이 가능했다. 또 마케팅이나 회계, 경영 등을 자문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김 씨는 창업 준비를 차근차근 할 수 있었다.
새로운 정부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청년 창업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5년 새 시작된 베이비부머 은퇴를 맞아 시니어 창업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약 10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는 앞으로 10년간은 어쩔 수 없는 대세다. 산업 현장의 인력 감소, 사회복지 비용확대, 국가재정 어려움 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지만 시니어들이 창업 시장에 몰리면서 은퇴와 또 다른 시작이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 정책도 퇴직 후 창업을 위한 지원으로 가고 있다. 우선 중소기업청은 퇴직자 전문성과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시니어를 지원하기 위한 `시니어 CEO 맞춤형 창업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시니어 적합업종 분야에서 창업을 하는 40세 이상 퇴직자들을 위한 지원이다. IT 분야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귀농 서비스, 농특산물 재배, 지역사회 서비스 등 40여개 업종이 해당된다. 창업을 준비하는 40세 이상 예비 창업자나 창업한 지 1년 미만의 창업 초기 기업이라면 누구나 지원 산업에 신청할 수 있다.
시니어 비즈플라자는 창업을 준비하는 시니어를 위해 전문컨설팅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입주 공간과 회의실 등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원스톱 창업지원 공간`을 표방한다. 사업에 선정된 시니어들은 창업을 준비하기 위한 1인실, 2인실 공간과 회의실을 제공받고 SNS마케팅, 창업 기초교육 등 창업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을 상시적으로 받을 수 있다.
지차체 중에서 가장 활발히 시니어 창업을 지원하는 곳은 단연 수원시 시니어창업보육센터다. 예비창업자와 창업 3년 이내 기업을 대상으로 입주 지원을 받는다. 사무실 전용 공간, 사무집기,공용작업장, 회의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무료로 제공하고 창업관련 교육 특강, 자금 등 컨설팅과 마케팅 홍보 등도 지원한다. 계약 기간은 1년이지만 최대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김경한 센터장은 “작년 5월에 개소한 이후 창업보육 우수 사례로 알려지면서 도내 5곳 이상의 지자체가 벤치마킹을 위해 센터로 찾아왔고 얼마 전에는 인도네이사 중소기업부 대표단까지 왔었다”며 “수원시, 중소기업청, 성균관대학교 등 3곳의 기관이 연계해 운영하는 만큼 지역기반 인큐베이팅의 대표 센터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총 67개사가 입주해 있다.
민간 업체인 르호봇 창업보육센터도 시니어 창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2013년 창업보육센터 건립지원사업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다양한 지역에 보육센터를 건립 중이다. 중소기업청 지정 민간 창업보육센터인 만큼 시니어와 1년 이내 청년창업자를 우대한다. 최근에는 만 40세 이상의 시니어 창업자와 퇴직자 및 기 퇴직자 경력을 활용해 창업을 준비한 사람을 대상으로 입주 기업을 모집했다. 시니어를 고용하거나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실버산업 분야 청년 창업자도 우대할 예정이다.
시니어 창업을 위한 전문 교육 기관도 있다.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은 시니어의 경력, 네트워크 전문성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창업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 중이다. 총 100시간 내외 이론 및 코칭, 그리고 현장 중심의 실전창업 교육을 실시했다. 분야는 익스팜(농촌체험교육농장), 꽃차전문점 등 소상공인 창업 위주지만 시니어 창업 실패를 줄이기 위한 노력만큼은 높이 살만하다. 이현석 미래지식교육원장은 “건국대 우수한 교육 인프라를 통해 베이비부머들이 인생 2막을 열 수 있도록 적극 지원 중이다”라며 “앞으로도 은퇴자, 귀농준비자 등 소상공분야 창업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분야가 아닌 ICT기반 창업성공을 돕는 기업도 있다. SK텔레콤은 `브라보! 리스타트 창업`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 45세 이상 베이비붐세대 중 예비창업가, 3년 이내 초기기업을 대상으로 ICT 관련 기술창업 분야, ICT 융합을 통한 기술 및 제조지식 서비스 분야, ICT 융합을 통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분야 등에서 창업하는 업체들을 발굴했다. 창업지원금을 주는 것은 물론 SK텔레콤과 공동개발, 마케팅을 진행하고 분당구에 있는 창업 입주공간을 제공한다. 오는 27일에는 시니어창업자들을 위한 `브라보! 데이 장년층 창업활성화 포럼`을 열고 시니어를 대상으로 멘토링과 네트워킹 자리를 갖을 예정이다.
[표] 전국 13곳 시니어 비즈플라자
[표2] 시니어 창업시 고려할 사항 3가지 (출처: 시니어넷)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