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근로 시간 단축법안에 대해 부담감을 나타냈다. 휴일 근로 제한으로 주당 근로가능시간이 줄면 기존 생산량이나 업무량을 처리할 수 없다는 우려다. 정부와 정치권은 현행 16시간까지 인정하는 휴일 근로를 연장 근로에 포함해 근로시간을 주당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휴일 근로를 하고 있는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 503개사(제조업체 312개사, 서비스업체 191개사)를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휴일 근로를 연장근로 허용한도에 포함해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응답기업의 70.4%가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타당하다는 의견은 26.6%로 조사됐다. 휴일 근로 제한 시 우려되는 영향(복수응답)으로 납품 물량과 납기일 준수 곤란(51.7%)을 첫 손에 꼽았다. 이어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 경쟁력 저하(42.1%), 신규인력 채용곤란 및 인력난 가중(34.0%) 등을 차례로 꼽았다. 또 휴일 근로가 제한되면 기존 생산량 유지를 위한 신규인력 채용이 쉽지 않다는 기업이 76.1%, 추가 설비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기업도 85.9%에 달했다.
휴일 근로 제한 시 근로자 임금변화에 대해서도 과반수 기업이 크게 줄 것(8.2%)이라거나 상당히 줄어들 것(47.7%)이라고 답했다. 노사가 합의할 경우 주당 연장 근로 한도를 12시간에서 20시간까지 늘리는 방안에는 노사합의가 전제되어 있으므로 연중 기간제한 없이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68.0%를 기록했다. 현재 국회에는 노사 서면합의 시 1년 중 3개월 또는 6개월에 한해 주당 연장 근로를 20시간까지 허용하는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시행 시기는 2016년보다 더 늦춰 시행해야 한다(55.3%)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어 2016년부터 시행(22.7%), 2014년부터 시행(22.1%) 등을 꼽았다. 도입 방법은 주 5일 근무시행 때와 동일하게 등 6단계 순차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3.7%로 과반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3단계, 5단계 순차시행이 뒤를 이었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에는 경제계도 공감하지만, 급격한 단축은 생산차질과 노동단가를 둘러싼 충돌 등이 우려 된다”며 “연장 근로 한도 확대, 기업규모별 단계적 시행, 시간외 근로에 대한 임금할증률 인하 등 점진적 도입 유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