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생 게임기업 신화를 쓴 슈퍼셀 창업자가 `서양 게임 기업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슈퍼셀은 최근 소프트뱅크가 1조5000억원에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유명세를 탄 스마트폰 게임 개발사다.
6일 일카 파나넨 슈퍼셀 창업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올해 30억달러(3조1800억원)에 달할 일본 게임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게임업체 그리(Gree)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 된 게임 매출은 총 10억달러(약 1조600억원)로 총 50억 달러(약 5조3000억원) 세계 시장의 20%를 차지했다. 올해 일본 시장은 30억 달러로 커지면서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슈퍼셀이 일본을 정조준 한 이유다.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 성장세를 이끌지만 `넘을 수 없었던 벽`을 겨냥했다. 파나넨은 “많은 유럽인이 서양 게임 기업의 무덤과 같은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우리가 `미쳤다`고 말한다”며 “아무도 성공한 적 없는 문을 두드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와 손잡은 슈퍼셀의 일본 시장 돌풍은 이미 시작됐다. 파나넨은 “겅호 온라인과 손잡은 우리 게임이 이미 톱10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슈퍼셀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동생 손태장이 세운 겅호 온라인과 협력하고 있다.
일본 게임 시장은 전반적으로 감소세지만 모바일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가도카와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지난 3~9월 게임 타이틀 판매는 전년보다 17% 줄어든 951억엔(약 1조원)에 그쳐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나넨은 “우리는 모바일 게임 시대가 왔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다른 어떤 플랫폼보다 편리해 모두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세계 모바일 시장 인기몰이 중인 슈퍼셀의 `크래시 오브 클랜`은 애플 앱스토어 최고 흥행작이다.
블룸버그는 슈퍼셀의 움직임을 스마트 기기 시장에 늦게 대응한 일본 게임 기업과 대비해 묘사했다. 닌텐도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옮겨간 소비자를 잡는 데 실패했으며 위유(Wii U)와 3DS 같은 자체 하드웨어에서만 게임할 수 있게 했다고 블룸버그는 부연했다. 위유 판매 악화로 지난 분기 적자를 냈다.
파나넨은 “소프트뱅크와 손 회장의 장기적인 비전이 우리를 매혹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손 회장은 슈퍼셀 인수 사실을 발표하며 “게임 사업의 승자는 스마트폰 콘텐츠의 승자”라며 모바일 게임 강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