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이석채 KT 회장이 결국 물러난다.
이 회장은 3일 이사회에 사의를 밝힌 뒤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직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솔로몬왕 앞 어머니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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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사퇴는 최근 검찰이 두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한편 비자금 조성까지 수사를 확대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회장이 전격 퇴진함에 따라 KT의 새 CEO 선임작업과 계열사, 자회사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인사개편과 조직 재정비가 단행될 전망이다.
KT 이사회는 이르면 이번주 긴급회의를 열어 이 회장의 사표를 처리하고 CEO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신임 CEO를 선임하는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추천위원회와 신임 CEO 선출 일정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위원회가 소집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회장이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남은 과제를 처리하고 후임 CEO가 새로운 환경에서 KT를 이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혀 후임 CEO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이 회장의 퇴임은 한두 달가량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이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마당에 연말까지 임원을 20% 감원하고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번 이 회장의 전격적인 사퇴는 검찰 수사가 전 방위로 진행되는 가운데서 이뤄졌다. 검찰은 이 회장 귀국에 앞서 지난달 31일 KT 분당·서초·광화문 사옥과 임직원 주거지 등 8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두 차례의 압수수색으로 주요 임원의 급여명세를 확보, 배임 혐의뿐 아니라 비자금 조성 등으로 수사를 확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회장이 측근 임원들의 연봉을 높게 책정한 뒤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 최근 조사부 검사 2명과 형사부 검사 1명을 추가로 합류시켜 수사력을 보강했다.
이 회장은 배임, 비자금 조성 검찰 수사와 관련 “의혹이 해소될 수 있다면 본인 연봉도 숨김없이 공개할 것”이라며 정면 대응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전임 CEO인 남중수 전 사장이 비교적 소액의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된 전례에 비춰보면 이 회장의 대응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정부 때 KT에 전격 입성한 이 회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퇴진설에 시달려왔다. 참여연대가 배임 혐의로 고발한데 이어 낙하산 인사 논란에 경영실적 악화가 도마에 오르면서 퇴진 압박은 가중됐다. 최근에는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해외 출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으면서 여야 의원으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KT 전직 임원은 “배임에 이어 비자금 조성까지 압박을 받으며 KT CEO로서 더 이상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는 상황에서 KT와 이 회장이 검찰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KT의 새 CEO가 선임되면 정치적 이유로 입성한 주요 영입인사와 본사 임원, 자회사 및 계열사 CEO를 포함한 조직개편과 이에 따른 인사 도미노가 불가피해 `국민기업` KT의 혁신 드라이브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이석채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KT 수사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조만간 이 회장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과 사옥매각 과정 등을 추궁하고 이 회장 핵심 측근, 구정권 핵심인사는 물론이고 현정권 인사까지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