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철저한 기획 중요성 깨닫게 해준 계기”

IT케어 못한 오바마케어

“오바마케어 웹사이트 장애가 테스트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요? 가장 큰 원인은 기획 단계에서 철저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탓입니다. 미국 공공부문은 특히 기획 기능이 약합니다. 전자정부 1위를 자처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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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보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외신이 밝힌 오바마케어 웹사이트 전산장애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심기보 KAIST 전산학과 교수는 딱 두 가지를 꼬집어 말했다. 바로 프로젝트의 `기획기능 부재`와 `빈약한 관리기능`이다.

실패한 프로젝트 대다수가 기획 단계서부터 문제점을 안고 시작한다. 업체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에 명확한 요구사항을 담고, 프로젝트 초기 분석 단계에서는 사용자 요구를 상세하게 파악해 요건을 정의해야 한다.

심 교수는 미국 공공기관은 개발과 운영, 유지보수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만 초기 기획 단계는 중요치 않게 여기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오바마케어 웹사이트 사태도 부실한 기획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요구사항과 요건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면 프로젝트 진행 시 발주자와 사업자 간 갈등이 생기고 시간과 비용은 늘어난다. 필연적으로 사업 부실과 품질 저하가 뒤따른다. 대다수 공공기관은 이를 알면서도 요구사항 추가와 책임 회피를 위해 RFP를 두루뭉술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폐단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들어서 공공 분야 `RFP 명확화`를 법제화해 시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 교수는 빈약한 관리기능도 프로젝트 실패의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어느 나라나 정부 부처는 `자기 부처 중심`이 되기 쉽다. 관련 부처가 많을수록 IT프로젝트 성공이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공 IT프로젝트도 부처 이기주의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많았다.

이런 환경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강력한 프로젝트 관리자(PM)와 프로젝트 관리조직(PMO)이 반드시 필요하다. 오바마케어 웹사이트 개발 시에도 주도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이나 조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 교수는 공공 분야는 아니지만 2000년대 후반 진행된 일본 미Tm비시도쿄UFJ은행 시스템 통합 프로젝트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조원 규모, 연인원 11만명이 참여한 초대형 프로젝트가 하루의 지체도 없이 제 날짜에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요구사항 분석과 성공적 PMO 활용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심 교수는 “오바마케어 웹사이트 장애는 기획 단계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세계 최고 수준 전자정부를 가진 우리나라도 프로세스 측면에선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기획을 비롯해 소프트웨어 개발 단계별 업무정의가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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