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31일 국회 확인감사에서 통신비 원가 정보공개청구 소송과 관련,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한 “항소를 취하하겠다” 발언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
최 장관은 이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의 “통신비 원가 공개를 하는 게 옳으냐”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그는 “원가에서 `영업보고서`에 있는 부분은 과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수용을 하고 (본인도) 공개할 방침이었는데 `인가신청서`에 있는 내용들은 통신사 영업비밀이 담겨 있어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내 자신도 `영업보고서` 관련 부분은 공개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장관은 “회의(국정감사)가 끝나고 법률 검토를 해 봤더니 정부가 영업보고서 공개에는 항소하지 않아 소를 취하할 자격 자체가 없다”며 “인가신청서는 통신사도 항소했기 때문에 미래부가 취하한다 하더라도 통신사의 항소 유지가 가능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말한 소송 취하는 민감한 영업전략이 담긴 인가신청서가 아니라 영업보고서에 대한 것이었으며, 알고 보니 영업보고서에는 정부가 항소하지 않았고 인가신청서에만 정부의 항소가 걸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인가신청서의 내용 공개는 재판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주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가 제기한 정보공개청구소송 2심의 최종 변론 종결일이 오는 5일이라 충분히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도 된다는 판단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부는 2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패소하게 되면 대법원에 항소하지 않고 따르기로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난해 2심까지만 항소하기로 결정하고 국회와도 협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통신사는 그대로 대법에 항소할 방침이라, 실제로 원가 공개 여부가 최종 결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위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유성엽 민주당 의원은 “갑자기 장관의 입장이 바뀐 이유가 뭐냐”며 “새누리당과 정부, 통신사가 음모를 꾸민 것 아니냐”고 했다가 새누리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를 받기도 했다. 같은 당 최원식 의원도 “현재 소송 중인 건과 국회 자료제출 건은 해당 법률이 다르고, 국회 자료제출은 대북, 안보, 외교 사안 등 국가 안위에 영향을 미칠 때만 거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통신비 원가 공개 주장에 대해 적극 반론을 제기했다. 같은 당 홍문종 의원은 “사법부가 재판 중인 사안을 행정부가 국회에서 공개 결정하게 되면 재판에 관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통신요금 원가공개 논란이 자칫 식료품과 주거, 의류, 교통비 등 모든 산업분야 원가공개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은희 의원도 “민간 시장의 상품 가격은 원가가 아니라 경쟁으로 결정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