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54>진정 통(通)하였느냐? 불통으로 분통과 울화통이 터지는 세상

직선으로 달려가는 현대인들. 매사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성질이 괴팍해지고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면서 은유법보다 직유법을 많이 쓴다.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언어를 발설하면서 상대를 무너뜨리는 돌직구나 직격탄을 날리는 사례가 많다. 부드럽게 감싸 안는 포용력과 상대에 대한 배려와 격려가 아쉬운 때가 많다. 자기주장의 일방적 발설과 배설에 치중한 나머지 상대와 심한 말다툼으로 격돌하기 일쑤며, 마침내 상대를 격침시켜야 속이 시원한 사람이 많아졌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소통(疏通)이 안 된다는 것은 대단한 통증이 아닐 수 없다. 정신적 통증뿐만 아니라 신체적 통증도 같이 오기 때문에 소통의 단절, 즉 불통(不通)은 분통(憤痛)이 터지고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소통의 기본은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자기 생각을 일방적으로 발설(發說)하기 전에 경청을 통해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의미를 간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나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감정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날리거나 비방하기보다 건설적인 비판을 통해 서로의 한계와 문제점을 함께 타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비판은 건설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지만 비난과 비방은 처음부터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감정의 골을 깊게 파고들어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통증(痛症)만 남길 뿐이다. 벽을 허물고 내가 몸담고 있는 세계를 벗어나 경계를 넘나들면서 두루 통(通)하려는 노력, 다른 분야나 영역에 대한 공감을 기반으로 원활한 소통(疏通)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각자 자기 경험과 지식에 대한 강한 옹호와 타 분야에 대한 낮은 관심으로 서로 간에 소리 높여 호통(號筒)을 치다 보니 불통되고 분통과 울화통이 터지는 형세가 된다. 결국 어떤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은 먹통이나 깡통 또는 빈통이나 꼴통이 돼 상식이 통하지 않게 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