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에너지총회(WEC)가 지난달 대구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마무리됐다. `내일의 에너지를 위한 오늘의 행동`을 주제로 한 이번 총회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같은 에너지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결할지,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에너지 문제는 전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과제지만 무엇보다 우리 피부에 와 닿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대표적 에너지·자원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석탄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한국보다 석탄 수입량이 많은 나라는 중국과 일본뿐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일차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유난히 길었던 올해 여름을 기억해 보자. 전력난 우려로 정부는 건물 내 실내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제한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지자체 및 기업은 직원들에게 노타이와 반팔 상의, 심지어 반바지까지 권장하며 블랙아웃 없는 여름을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였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나 부채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전등을 끄는 것은 분명 중요한 동참 노력이다. 그러나 보다 스마트하고 효과적인 에너지 절약 방법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 가운데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4%. 서울은 그 비율이 더욱 높아 58%에 달한다. 따라서 도심 곳곳에 들어선 백화점, 병원, 복합쇼핑몰, 경기장 등 대형건물의 에너지 사용만 적절히 관리해도 파급효과는 대단하다. 공장의 에너지 사용은 두말할 나위 없다.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전기는 우리나라 전체 전기 사용량의 53%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현대제철 당진공장이다. 삼성전자 수원공장,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SK하이닉스 이천공장도 전력사용량 10위 안에 든다. 이 3개 공장의 전력 사용량은 부산과 대구의 모든 가정이 사용하는 전기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고 한다. 특히 대형건물·공장의 에너지 소비 가운데 냉방은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매년 여름 블랙아웃 공포에 떠는 것도 결국 냉방에 사용되는 전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형건물과 공장은 중앙에서 차가운 공기를 만들어 열 교환 방식으로 건물의 온도를 낮춘다. 차가운 공기를 위한 냉수는 전기 혹은 가스를 열원으로 한다. 정부는 전력 사용량 감소를 위해 가스식 냉동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가스식은 탄소 배출량이 많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전기를 열원으로 사용하는 냉동 설비의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방 효율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 한 대기업은 노후 냉동기를 교체해 에너지를 절감할 계획이라 밝혔지만 냉동기 자체가 워낙 고가라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안으로 고가의 냉동기를 바꾸지 않고 냉동기 효율을 개선해 전기를 절약하는 방안이 있다. IBM은 자사 연구센터의 냉동기를 교체하지 않고 냉방 설비의 효율을 높여주는 솔루션을 도입해 연간 전기 사용량을 27% 절감하고 단 두 해 만에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했다. 이 기술을 통해 미국의 병원, 카지노, 박물관,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수많은 대형건물이 에너지 사용을 20~50%까지 줄였다. 국내 제약공장 가운데 한 곳도 시뮬레이션해 봤더니 연 37% 냉방용 전기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에너지 문제는 지속가능성, 안정성, 경제성 삼박자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실현 가능한 경제성이 배제된 접근 방법은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불필요한 에너지가 사용되는 부분을 개선해 효율을 높이는 오늘의 행동이 내일의 에너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김종건 한국지멘스 빌딩자동화사업본부 이사 jonggun.kim@sieme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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