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글라스를 끼고 운전하던 한 여성이 교통법규 위반으로 범칙금 고지서를 받는 일이 처음 일어났다. 웨어러블 컴퓨팅 시장은 커 가는데 아직까지 명확한 관련 법규가 없어 이러한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31일 컴퓨터월드에 따르면 세실리아 어베이디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애고에서 운전을 하다 과속으로 교통경찰에 적발됐다. 교통경찰이 구글 글라스를 쓰고 있던 어베이디에게 모니터 금지 법규 위반까지 더해 벌금고지서 두 장을 발급했다.
캘리포니아주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운전석에 내비게이션을 제외한 모니터를 달지 못하게 한다. 교통경찰은 구글 글라스도 영상을 제공하는 일종의 모니터로 간주했다. 별도의 웨어러블 제품 관련 법안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법규를 임의로 해석해 벌금을 부과했다.
어베이디는 구글플러스 페이지에서 “내가 속도를 위반한 것은 맞지만 구글 글라스를 쓰고 있었다고 벌금을 내는 것은 억울하다”며 “구글 글라스를 켠 상태도 아니었고 지금까지 운전하는 동안 별로 사용한 적도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구글 글라스를 쓰고 운전하는 게 불법이냐며 어떤 거라도 좋으니 법적인 조언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한 웨어러블 컴퓨팅 시장이 이번 일로 인해 움츠려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우스 케라발라 ZK리서치 분석가는 이른 시일 안에 법원이 명확한 법규를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전 중에 구글 글라스 같은 스마트 안경을 끼고 뮤직비디오를 본다면 정말로 위험한 일”이라며 “하지만 만일 스마트 안경의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한다면 휴대폰이나 일반 내비게이션을 보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웨어러블 컴퓨팅 제품은 생활 편의성을 높여줄 것으로 주목받지만 일부 제품에 대해선 사생활 침해나 교통사고 발생 등의 우려가 제기된다. 여러 나라에서 명확한 법안 마련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아직 입법화되지 못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