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인터넷 오디언스는 누구? 트래픽 조사 대혼란

모바일 트래픽 조사 믿을 수 있나

“온통 깜깜하다.”

모 인터넷 업체 경영자가 털어놓은 얘기다. 인터넷 사용의 중심축이 유선에서 모바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지만, 모바일에선 트래픽이나 방문자 수 등 사용자 행태를 정확히 알 길이 없어 사업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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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판단의 기본이 되는 신뢰성 높은 데이터 자체를 구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데이터에 바탕을 둔 시장 조사 역량은 도리어 후퇴했다는 평가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박하게 변하는 모바일 환경에서 시장 데이터 방법론도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 업계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보다 정교한 시장 파악을 위한 체계적 데이터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스마트 미디어 트래픽이 늘면서 이를 반영한 데이터 방법론 논의가 일고 있다”며 “객관적 데이터 확보를 위한 업계 공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바일 인터넷, 혼란스러운 상황

방문자 수, 체류 시간, 애플리케이션 구동 횟수 등 전반적 데이터는 모든 인터넷 비즈니스의 핵심 자료가 된다. 닐슨코리안클릭, 랭키닷컴, 메트릭스 등이 유선 인터넷 중심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제공해 왔다. 스마트폰 확산에 맞춰 모바일 인터넷 조사 방법을 개발, 데이터를 추적하고 있지만 아직 제자리를 잡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한 사람이 PC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스마트TV 등 다양한 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면서, 유선 인터넷 사용자 중심의 기존 인터넷 데이터 측정 방식도 통합 오디언스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 대한 데이터는 더 알기 어려워졌다”라며 “체계적 정보를 얻을 길이 막혀 있다”라고 말했다.

모바일 인터넷 사용은 웹과 앱으로 나뉘고, 단말기 운용체계(OS)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이런 제약으로 데이터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생긴다. 전체 상황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 하는 것은 표본 조사의 공통적 한계지만, 최근 모바일 인터넷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트래픽 조사, 무엇이 문제인가

모바일 웹 활동은 추적 가능하지만, 모바일 앱을 통해 이뤄지는 활동은 좀처럼 파악하기 힘들다. 스마트폰 사용의 상당 부분을 앱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앱 사용 데이터를 얻기 힘들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성능의 제한 등으로 당분간 단말기에 최적화된 앱 사용 비중은 이어질 전망이다.

데이터 측정 가능한 단말기가 안드로이드에 한정되는 것도 문제다. 애플은 사용자를 추적하는 기능을 가진 앱을 승인하지 않는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데이터 조사 대상에서 아예 빠져버리는 것이다.

기존 유선 인터넷 조사가 가진 한계가 스마트폰 환경에서 더 증폭돼 나타난 셈이다. 유선 인터넷 조사 역시 패널 선정이나 관리 등의 문제로 실제 사용 현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 한다는 지적이 많다. 조사 패널을 3분의 1 정도씩 주기적으로 물갈이해야 하는데, 1만명 규모의 패널을 유지하다 보니 비용 문제 등으로 제대로 관리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사용자 편향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시장 흐름의 대표성이 의심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패널 조사는 사용자 PC에 클라이언트를 설치해 진행하는 방식이라, 보안에 민감한 기업용 PC에는 설치하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정 브라우저나 OS만 조사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가족이 PC와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지만, 사용자 등록이나 구분 절차가 복잡해 정확한 사용자를 골라내기 사실상 힘들다. 이런 요인들은 모두 데이터 조사 모집단의 정확성 저하로 이어진다.

인터넷 조사 업체 관계자는 “모바일 패널 숫자를 확대하고 다양한 파트너십 등을 통해 조사 풀을 넓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눈앞도 깜깜`

적절한 데이터를 얻기 힘든 상황은 중소 인터넷 기업에 더 불리하다. 사용자가 많은 대형 포털이나 인기 사이트는 표본이 커서 조사 방법의 제약이 있어도 데이터는 실제 사용 현황과 대략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반면 중소 사이트는 조사 대상 패널 중 사용자가 적은 경우가 많아, 몇명만 사용 행태를 바꾸어도 방문자나 체류시간 순위가 확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다수 인터넷 기업이 인터넷 트래픽 조사에 불만을 나타내는 이유다.

더구나 조사 업체마다 조사 결과가 상이한 경우가 많아 혼란이 더 커진다. 업계에서는 “인터넷 트래픽 조사는 대강의 큰 흐름만 파악하는 데 활용한다”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트래픽 조사 결과가 업체마다 다르며, 개별 업체의 데이터 수집방법을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이라 시장 혼란이 가중된다”며 “패널 수를 대폭 늘리는 등 안정적 데이터 확보를 위한 패널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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