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가 다음 달 13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와 `대한민국 게임대상` 등 연중 최대 잔치를 앞두고 벌집을 들쑤신 듯 혼란에 빠졌다.
우리 게임을 세계시장에 내다파는 지스타 수출상담회와 대통령상의 영예가 걸린 게임대상이 자칫 중독 유발물 논란으로 얼룩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여당 의원 발의 등을 통해 게임을 중독 산업에 몰아가는 다수 법률안이 11월 회기내 집중 처리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인터넷과 게임을 싸잡아 질병코드에 포함시키려는 논리 만들기도 민간포럼에서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11월에 산업계 최대 잔치가 아니라, 정치권이 만든 최악의 규제잔치가 차려질 것이란 위기감에 휩싸였다.
29일 국회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 달 초 정부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 예산안과 법률안을 심의하는 정기국회가 본격화된다. 11월 국회가 올해 잇달아 나온 게임 규제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 처리할지 분수령이 되는 셈이다.
게임 업계 초미의 관심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4대 중독법`이라 불리는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다. 이 법안에는 인터넷·게임을 알코올, 도박, 마약과 같은 중독 유발물질과 행위에 포함시켜 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하지만 이 법안이 현실화된다면 11월 열리는 지스타는 이른바 중독물질을 해외시장에 소개하고 파는 이른바 불법 교역 행사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
더구나 대통령이 수여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대상 영예는 중독물에 정부 상을 주는 세계적인 웃음거리를 만들어내게 된다.
최근에는 민간에서 정신의학과 의사를 중심으로 한 포럼이 인터넷·게임을 중독코드에 포함시키려는 논리 만들기를 진행하면서 여론 떠보기에 나섰다. 중독이나 질병이란 규정 자체가 주는 국민적 거부감 앞에 게임 업계는 망연자실한 상태다.
게임 업계 민간단체인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옛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중독법이 대한민국의 게임산업에 대한 사망선고`를 의미한다”며 “보건복지부에 규제권한을 부여하는 중독법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게임산업에 종사하면서 외부 경쟁자들과 싸우기도 버거운데 내부 싸움만 더 치열해졌다”며 “게임 업계 최대 잔치가 몰린 11월에 업계 종사자를 사회적 격리 대상으로 모는 법률안이 통과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