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내 굴지의 모 그룹사 공채에 9만2000여명이 응시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취업이 입시보다 어려운 시대에 우수한 인재의 관심은 오직 높은 보수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소수의 대기업과 공기업에 몰린다.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이 더 넓은 세계에 눈을 뜨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과 창업 환경을 개선해 진로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우려 섞인 의견도 매년 반복된다.
청년 창업 활성화가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이달 초 창조경제연구회가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9.5%의 대학생이 `창업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그나마 `창업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10.5%의 대학생 중 70% 이상은 카페 치킨집과 같은 자영업 창업을 고려하고 있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한 기술창업을 희망한 응답자는 25.5%에 불과했다.
최근 우리경제의 가장 큰 이슈인 `고용없는 성장`을 풀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창업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 달성의 기반이 될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창업에 대한 대학생의 현실적인 대답은 여전히 두려움이 앞선다. 지속적인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청년 벤처창업이 필수적인 요소지만 `실패에 대한 패널티가 큰 사회적 환경`과 `창업을 권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 청년의 기업가정신이 발현되지 못하는 것이다.
먼저 실패에 대한 패널티가 큰 사회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벤처 창업의 본질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특히 청년 창업은 아이디어나 기술에 기반을 둔 사업 특성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특수성을 감안해 정부는 창업가의 경제적 능력이 아니라 보유 기술의 가치와 아이템의 우수성을 토대로 융자나 신용불량에 대한 두려움 없이 창업에 나서도록 도와야 한다.
창업과 창업 실패 경험이 재창업과 취업에 있어 훌륭한 내적 자산이 되는 풍토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융자가 아닌 투자 중심의 창업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창업자의 연대보증 제도 폐지와 벤처투자환경을 개선한 재도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창업을 권하지 않는 분위기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창조적 결과물의 가치가 인정되고 존중되어야 하며, 기업가정신에 대한 범사회적 교육체계를 개혁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창업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즐거운 `놀이`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창업이 대박 아니면 쪽박, 잘못하면 패가망신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가볍고 즐겁게 창업하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창업의 무게를 덜어야 한다.
청년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안정보다 모험을 즐기며, 다른 이들과 교류하고 타인을 이롭게 하는 일에서 즐거움과 가치를 발견한다. 왜 일하는가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멋지니까`로 시작할 수 있어도 좋다. 창업 역시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희망`이고 `꿈`이고 또한 `희망찬 미래`여야 한다. 청년이 개인과 가족의 행복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꿈을 키울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가야 한다.
오는 23일부터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산학연협력 EXPO`는 학교와 산업현장을 이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이번 행사에서도 창업은 가장 관심 가는 분야이자 흥미로운 도전 스토리로 가득 차 있다. 대한민국 학생창업페스티벌과 산학연협력 우수 성과물 전시 및 시연행사 등은 창조적 시너지를 창출할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학생들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응원 받아야 한다. 기성세대가 도와줘야 할 일은 도전을 성공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힘, 즉 큰 꿈을 갖고 즐겁게 도전하도록 격려하는 일일 것이다.
지난해 방한한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 있을 때 학교에서 `사업에 실패해도 다시 받아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구글을 창업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청년들이 꿈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창업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청년위원회 위원장, 다산네트웍스 대표) nam@kova.or.kr